좀 엉뚱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볼프강 바인가르트(Wolfgang Weingart)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원들에게도 귀감이 될 법합니다. 스위스 출신임에도 포스트 모더니스트로 통하는 점이나,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뉴웨이브 타이포그래피의 아버지’로 불리는 명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익숙한 것’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거쳐 그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풀어 말하자면, 모더니즘을 철저히 배운 뒤에야 비로소 포스트 모더니즘을 시도한 것 같다는 뜻이지요. 바인가르트의 시작은 식자공(植字工, typesetter)이었습니다. ‘식자’라는 건 말 그대로 글자를 심는 일입니다. 활자 조판 시대에서부터 바인가르트는 직접 글자를 만지고 배열하는(심는) 작업을 하며 수습공 시기를 보낸 셈입니다..
그림 속 손이 날 어루만지는 느낌이랄까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생각과 느낌을 검정 잉크만을 사용하여 간결하게 표현해온 일러스트레이터 무나씨(moonassi)의 전시 이 열립니다. 지난 1월 31일(토)부터 3월 8일(일)까지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무료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무나씨 작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주제인 ‘안과 밖’, ‘나와 타자’,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어요. 무나씨의 작업은 최근 메종 키츠네, 로모그래피, 줄리아 코스트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브랜드, 그리고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주목받아 왔답니다. moonassi, You mirrored me, 2014 moonassi, You're Sur Real, 2014 사람은..
우리는 흔히 버려진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데요. 하지만 버려진 것들도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실제로 19세기 독일의 문예비평가인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거리에 버려져 쓸모는 없을지 모르나 아름다운 의미를 지닌 것들을 예술적 소재로 주워 담는 자라는 의미에서 예술가들을 넝마주이(Ragpicker)라고 불렀는데요. 이렇듯 오늘은 버려진 것들을 주워 아름다움을 입히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 재탄생 시키는 넝마주이 예술가들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플로피디스크에 새겨진 패션일러스트, 닉 젠트리 출처: www.nickgentry.com 이제는 에서나 볼 법한 추억의 물건 플로피디스크. 저장 매체의 발달로 2000년대에 들어서..
‘활판인쇄’라 하면 왠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한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대단히 엄숙하고 고전적인 느낌이랄까요. 저만의 편견인지는 모르겠으나, 납활자로 인쇄물을 찍어낸다는 작업이 30대 초반에 불과한 일개 회사원에게는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장인의 영역’처럼 다가옵니다. 몇 해 전, 국내 유일의 활판인쇄소라는 파주 활판공방을 취재했을 때에도 줄곧 경직돼 있었던 듯합니다. 특히 이곳 대표님으로부터 활판인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에는 줄곧 부동자세였습니다. 활판공방 취재는 저로서는 매우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었던 일과였고, 활판인쇄라는 영역을 실체적 질감으로 느낀 첫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활판인쇄에 대한 저 나름의 인상은 마치 증조부나 고조부를 떠올리는 듯하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활판공..
“매카트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의 사진전을 가자는 제안에 제 반응이었어요. 조금은 쑥스럽지만, 그녀가 누구인지 잘 몰랐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그들이 다 그 ‘매카트니’라니!! 예술가 집안은 역시 뭔가 다른가 봅니다. 대림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을 다녀왔습니다. 추운 겨울, 피크 타임의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기나 긴 줄을 인내하며 들어간 사진전은 대기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따뜻하고 기분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전시일정: 2014년 11월 6일 ~ ..
이미지 출처: TED 창작자들에게는 괴벽이 있다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어떤 부류의 창작자들은 그런 평가를 은근히 즐기기도 하는 것 같고요. 괴벽을 하나의 자기 표현 수단으로 활용하는 무리처럼 말이지요. 안타깝게도 ‘의도된 괴벽’은 대중이 금세 알아챕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인문학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는 시기에는, 미디어 스타의 ‘가면’이 효력을 발휘하기가 어렵지요. 인문학을 접한 대중은 자연스레 ‘진짜’와 ‘가짜’를, ‘빛’과 ‘그림자’를 구분해내는 눈을 갖게 되니까요. 그렇게 스러져간 몇몇 ‘인문학팔이’ 유명인사들을 대중은 실제로 목격하기도 했고요. ‘진실’을 판별하는 척도 가운데 가장 간단하고 납득할 만한 것이 바로 ‘언행일치’라고 생각합니다.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에게는 신뢰가 가게 마련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