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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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고난 콩트 시리즈 을로페셔널('乙'rofessional) 2부 - 산으로 가는 배를 멈출 수 없음에 관하여

▶ 회사원 고난 콩트 시리즈, 을로페셔널('乙'rofessional) 1부 - 코털(보러 가기) 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픽션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학생 시절부터 남자는 이 말을 싫어했습니다. 이 말에 담긴 부정적 의미, 즉 사공이 많음에 대한 회의적 정서를 받아들이길 거부했죠. 그룹 단위 모의 소논문이나 조별 토의 준비 등 ‘함께’ 뭔가를 기획하고 진전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에서 종종 부침을 겪었던 탓입니다. 자기 할당량을 채우지 않거나, 자기 분량을 다른 조원에게 미루거나, 약속 시간에 늦거나 불참하여 일정에 차질을 빚는 조원들을 만나며 ‘사공’의 충원을 매번 갈급했었죠. 배가 산으로 가다니, 이건 혁신 아닌가! 그 많은 사공들이 힘껏 노 저으니 목적지에 순식간에 도착하는 건 물론이고..

프레지(Prezi) 외주 제작 의뢰 과정, 4주간의 놀라운 경험

프롤로그 얼마 전 클라이언트로부터 프레지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골자는 당사 홈페이지의 일부 메뉴와 서비스를 일반 사용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완성된 결과물은 곧 열릴 대규모 박람회에서 터치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는 계획이었죠. 캘린더를 확인하니 박람회 개막일은 약 4주 후였습니다. 1차 완성본 전달 후 일주일 정도 수정 기간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작업할 수 있는 기간은 3주 정도인 셈이죠.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걱정이 앞섰습니다. 프레지를 다뤄보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개인 프레젠테이션 목적으로 만든 것이었고, 기업용으로 본격 적용하기에는 제 자신의 한계가 극명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내 영상 제작팀에 문의를 해봤지만, 프레지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하기야, 프레지는 ‘영상’..

“오늘도 대충 수습이 안 된다.” 회사원 고난 콩트 시리즈, 乙로페셔널(‘乙’rofessional) 1부 <코털>

“죄송합니다.” 오후 2시경의 어느 대행사 사무실. 턱을 괸 채 전화를 받던 남자는 별안간 자세를 고쳐 잡고 말했습니다. 네, 네,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저희도 늘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만···, 네, 네, 그렇습니다, 네, 맞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저희도 바로 그걸 의도했습니다만···, 네, 네,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해서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남자는 탁상달력을 물끄러미 쳐다봤습니다. 그러고는 0.3밀리 샤프펜슬로 오늘 날짜 칸에 코털만 한 작대기를 하나 그었습니다. 그것은 ‘획’이었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그 전날에도, 이미 다른 날짜 칸에는 수많은 코털 획들이 모여 완성된 바를 정(正)자..

일개 회사원의 애장 도서 자랑

왕성한 독서가는 아닙니다만 책 모으기를 좋아합니다. 일단 방 안에 모셔두었다가 나중에 문득 ‘어, 한번 읽어나 볼까’ 하고 펼쳐 들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좀 뉴에이지 같은 소리지만, 책과 저 사이에는 뭔가 기류가 흐른다고 믿습니다. 책을 산다고 해서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아직 못 산 책이라 해도 정서적으로는 ‘내 것’일 수 있습니다. 책에도 각각의 개별성이 있어서, 사람과 결합하는 관계 맺기의 방식이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일단은 사놓고 보자는 쪽이라서, ‘내 책이다’ 하는 기분이 들면 우선 사둡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읽는 식으로, 그렇게 밀고 당기며 책을 읽는 편입니다. 제가 애장하는 책 몇 권을 오늘 포스트에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다시 책들을 꺼내 만지작거리는 동안, 한 ..

업무이기 전에 ‘만남’, 몇 해 전 인터뷰의 추억

인터뷰(Interview)는 ‘서로(inter) 보기(view)’입니다. 그런데 사실 업무로서의 인터뷰는 단순한 질의응답, 즉 일방향적 소통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려면 넉넉히 시간을 두고 내가 상대를, 상대가 나를 지그시 응시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어야 합니다. 이게 쉽지 않지요. 대화 내내 시계를 확인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충분한 답변을 얻어내야 합니다. ‘업무’이니까요. 영화 잡지 <씨네21>의 김혜리 기자는 인터뷰란 상대방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근사한 의미 부여를 하기도 했는데요. 충분히 동의합니다만, 실천이 어렵습니다. 늘 시간에 쫓기는 ‘미생’ 인터뷰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서가 바뀐 뒤로는 인터뷰 업무를 맡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는 타이포그래피 서적 6권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실무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에게 '폰트'와 '타이포그래피'라는 용어는 공기처럼 익숙합니다. 또한, 작업물의 완성도와 생명력을 위해 반드시 호흡해야만 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 공기는 도처에 있습니다. 책상 한 구석에 잔뜩 쌓여 있는 캔디의 포장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나친 수많은 간판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용기의 홀더, 어제 저녁 서점에 들러 구입한 패션 잡지, ···. 의식하든 안 하든 우리는 디자인의 세계에 존재하고 있지요. 다만, 그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누군가에게는 보이고 어떤 이에게는 간과될 따름입니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폰트와 타이포그래피란 베이스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가 스팅은 "베이스야말로 화음의 기본이요, 오선지의 근간을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