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6.

[연재] 브랜딩이 아니다, 타이포브랜딩이다 ① 글꼴 이후의 ‘시각꼴’ 만들기

연재를 시작하며―
타입 & 타이포그래피 매거진 《the T》 제14호 ‘엉뚱상상’ 특집호(2021년 7월 출간)의 콘텐츠를 재구성하여 「브랜딩이 아니다, 타이포브랜딩이다」라는 제목으로 10부작 온라인 연재를 시작합니다.

 

‘글자를 글자로만 바라보지 않기.’ 글자(서체)에 대한 윤디자인그룹의 관점입니다. 과거의 ‘30년 서체 디자인 회사’를 넘어 지금의 ‘브랜딩 기업’으로서, 윤디자인그룹은 또 하나의 지속 가능한 모멘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모멘텀을 우리는 ‘타이포브랜딩’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글자가 중심이 된 브랜딩입니다. 윤디자인그룹의 타이포브랜딩 비전을 현실화는 크리에이터 집단, 바로 엉뚱상상입니다.

 

“엉뚱상상은 글자를 만드는 조직이다. 단, 이때 만들기의 전제는 ‘갖고 놀 수 있을 것’이다. 갖고 놀 수 있는 글자를 만드는 엉뚱상상. 글자를 갖고 논다는 건 어던 의미인가. 글자를 글자로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 글자를 이미지(그래픽)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글자 디자인이 가 닿을 수 있는 영역은 확장된다. (···) 글자를 놀이 도구, 그래픽 이미지, 브랜딩 요소로 바라보고 다룬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새로운 대중 문화(pop culture)가 형성되리라고 전망한다.”

― 윤디자인그룹 편석훈 대표 저서 『한글 디자인 품과 격』(2020) 중

 

‘타입 & 타이포그래피 매거진’을 표방하는 《the T》 제14호는, 윤디자인그룹의 엉뚱상상을 전면적으로 다뤘습니다. 엉뚱상상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실제 작업을 통해 타이포브랜딩이라는 디자인 장르를 소개한 ‘특집호’인 셈이죠. 디자인을 공부하고 계신 분들, 디자이너로서 참신한 영감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좋은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연재 순서

― ① 「글꼴 이후의 ‘시각꼴’ 만들기」

― ② 「서체가 브랜딩의 주인공이 된다면?(ft. 곰표체)

― ③ 「바이럴 마케팅 폰트의 탄생(ft. 창원단감아삭체)

― ④ 「디자이너만 폰트를 쓴다는 착각

― ⑤ 「갖고 노는 글자 ‘WCG 플레이 폰트’

― ⑥ 「글자티콘의 시대가 온다

― ⑦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최지윤 of ‘빅빅 넘버스’

― ⑧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이재상 of ‘위트 아이콘’

― ⑨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김정진·이병헌 of ‘엉뚱상상체’

― ⑩ 「연재를 마치며: 엉뚱상상 최치영 디렉터가 말하는 시각꼴, 그리고 타이포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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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로 새로운 시각꼴을 만들다

 

엉뚱상상은 폰트를 글꼴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그리고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바라보면서 폰트에 더 많은 기능이 부여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폰트로 다양한 시각꼴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새로운 시각꼴은 두 번의 꼴값쇼 전시에 등장했다. 윤디자인 30주년을 맞아 개최된 꼴값쇼 〈Presenting the Value of Form〉은 ‘폰트를 가장 윤디자인답지 않은 이미지로 생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영상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로 송출되었다.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글자인지 파편화된 이미지인지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글자를 분해하고 확장하고 결합했으며 새로운 시스템으로 조직하기도 했다.

 

시작은 실험적이었지만 폰트가 시각 문화로 확장되는 관계를 다양한 실천으로 풀어내었고, 새로운 디자인 스펙트럼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두 번째 꼴값쇼 〈글자와브랜딩 이탤릭 론칭쇼〉에서도 시각꼴에 대한 도전은 이어졌다. 제작된 글자와브랜딩 이탤릭 폰트의 글꼴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용성을 보여주는 그래픽 이미지와 인터랙션 영상을 만들어 새로운 시각꼴을 꾸준히 던져주었다. Feel the Font! 엉뚱상상이 외치는 이 문장처럼 폰트를 읽고 쓰기보다 하나의 시각 이미지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꼴값쇼’라는 이름은 글자의 꼴(Form)과 값(Value)을 재결합하는 쇼(Present)라는 의미다.

 

▲ 두 번째 꼴값쇼 〈글자와브랜딩 론칭쇼: 폰트의 무한확장 스펙트럼〉

 

▲ ‘글자와브랜딩 이탤릭’ 마이크로 사이트

 

비단 전시뿐만이 아니다. 폰트를 만들면 소비자가 폰트를 내려받고 설치해 글자로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리게 된다. 하지만 엉뚱상상은 대중이 폰트를 만지고 감각하는 놀이의 도구로 사용하기를 바란다. 누구든 키보드를 두드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쉽게 만들고 또한 멋지게 운영하기 바란다. 그런 의도들이 글자와브랜딩 이탤릭, 빅빅 넘버스에서 엿보인다.

 

그 일환으로 소상공인들이 적은 예산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멋지게 운영할 수 있도록 글자와브랜딩 이탤릭으로 사이니지를 직접 디자인해 선보였다. 폰트를 활용해 자신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작하고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시각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폰트의 쓰임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면서 폰트의 더 다양한 쓰임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빅빅 넘버스 역시나 백넘버, 전화번호부, 시계, 교구 등으로 쓰임 가능성을 넓혀갔다. 폰트 제작에 멈추지 않고 아티스트가 제시하는 다양한 표현의 세계를 끊임없이 산출해내는 것이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집단인 엉뚱상상의 강점이다. 엉뚱상상의 폰트는 항상 폰트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이후의 폰트 사용법, 실사용 이미지, 더 나아가 아티스트가 다양한 미디어를 경유해 개성 있는 아트워크를 제작하는 것까지 제안하며 폰트로 만드는 새로운 시각꼴을 발견하고 있다.

 

▲ 두 번째 꼴값쇼 전시 현장

 

 

폰트로 이슈메이커가 되는 방법

 

엉뚱상상 프로젝트에서는 폰트를 재료로 삼는 다양한 미디어 형태를 만나볼 수 있다. 보기집, 리플릿, 포스터, 전시, 영상, 웹 등 각각의 제작물이 자유롭게 생산되고, 각자의 역할이 최대로 빛날 수 있는 곳에서 폰트는 무한한 가능성을 뽐낸다.

 

폰트는 왜 제작된 이후에는 그대로 컴퓨터 속에만 저장되어 있을까? 폰트에도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이야기가 폰트를 알리고 새로운 맥락을 다시 만들어낸다. 그래서 폰트를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론칭을 하고,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디자이너 시각으로 풀어낸 비즈니스 마케팅을 추구한다. 서체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폰트 개발자는 물론이고 폰트에 시각적 표현의 가능성을 덧입혀줄 3D 일러스트레이터, 편집 디자이너, 영상 디자이너, 웹사이트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협업을 하는 이유다.

 

다양한 분야의 엉뚱상상 멤버들은 꼴값쇼와 빅빅 넘버스, 위트 아이콘 등의 폰트를 론칭하면서 온오프라인을 막라한 입체적인 마케팅을 실행했다. 아트북은 건조해 보일 수 있는 글자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영감을 전달한다. 웹사이트에서는 폰트를 활용하는 더욱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폰트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조차도 신문과 잡지 광고에서 엉뚱상상의 폰트를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폰트로 어디까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 엉뚱상상의 이런 시도들은 폰트로 이슈메이커가 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다. 그리고 폰트의 대중문화를 그리는 과정 중 하나다.

 

▲ ‘빅빅 넘버스’ 활용 예시

 

엉뚱상상의 실행력은 폰트 자체의 마케팅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걸 상상하고 빠르게 제작하고, 실패하면 또 바로 다음을 준비한다. 곰표체창원단감아삭체는 클라이언트와 생각의 출발점이 같았다. 폰트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폰트로 이슈메이커가 되겠다, 폰트를 활용해 브랜딩을 하겠다는 목표였다.

 

더 나아가 브랜드에서 서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타이포브랜딩’이라는 디자인 장르를 제안한다. 폰트를 만드는 의미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폰트가 브랜드에 어울리느냐, 어떤 형태와 분위기를 만드느냐를 넘어 어떤 영향력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구상한다. 누군가는 폰트로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고개를 저을 수도 있지만 엉뚱상상은 계속해서 액션을 취한다. 조금은 다른 생각을 설명하는 건 항상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사례를 만들어 먼저 보여주고, 이런 것을 왜 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폰트의 존재감을 확장하는 새로운 스펙트럼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엉뚱상상은 그렇게 폰트의 숨겨진 역할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   ·   ·   to be continued

 

 

매거진 《the T》 제14호 ‘엉뚱상상’ 특집호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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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디자인그룹 ‘엉뚱상상’의 또 다른 책

Letters.Branding Italic Art Book』  &  『BIGBIG NUMBERS Font Speci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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