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3.

[연재] 브랜딩이 아니다, 타이포브랜딩이다 ⑤ 갖고 노는 글자 ‘WCG 플레이 폰트’

연재를 시작하며―
타입 & 타이포그래피 매거진 《the T》 제14호 ‘엉뚱상상’ 특집호(2021년 7월 출간)의 콘텐츠를 재구성하여 「브랜딩이 아니다, 타이포브랜딩이다」라는 제목으로 10부작 온라인 연재를 시작합니다.

 

‘글자를 글자로만 바라보지 않기.’ 글자(서체)에 대한 윤디자인그룹의 관점입니다. 과거의 ‘30년 서체 디자인 회사’를 넘어 지금의 ‘브랜딩 기업’으로서, 윤디자인그룹은 또 하나의 지속 가능한 모멘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모멘텀을 우리는 ‘타이포브랜딩’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글자가 중심이 된 브랜딩입니다. 윤디자인그룹의 타이포브랜딩 비전을 현실화는 크리에이터 집단, 바로 엉뚱상상입니다.

 

“엉뚱상상은 글자를 만드는 조직이다. 단, 이때 만들기의 전제는 ‘갖고 놀 수 있을 것’이다. 갖고 놀 수 있는 글자를 만드는 엉뚱상상. 글자를 갖고 논다는 건 어던 의미인가. 글자를 글자로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 글자를 이미지(그래픽)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글자 디자인이 가 닿을 수 있는 영역은 확장된다. (···) 글자를 놀이 도구, 그래픽 이미지, 브랜딩 요소로 바라보고 다룬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새로운 대중 문화(pop culture)가 형성되리라고 전망한다.”

― 윤디자인그룹 편석훈 대표 저서 『한글 디자인 품과 격』(2020) 중

 

‘타입 & 타이포그래피 매거진’을 표방하는 《the T》 제14호는, 윤디자인그룹의 엉뚱상상을 전면적으로 다뤘습니다. 엉뚱상상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실제 작업을 통해 타이포브랜딩이라는 디자인 장르를 소개한 ‘특집호’인 셈이죠. 디자인을 공부하고 계신 분들, 디자이너로서 참신한 영감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좋은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연재 순서

― ① 「글꼴 이후의 ‘시각꼴’ 만들기

― ② 「서체가 브랜딩의 주인공이 된다면?(ft. 곰표체)

― ③ 「바이럴 마케팅 폰트의 탄생(ft. 창원단감아삭체)

― ④ 「디자이너만 폰트를 쓴다는 착각

― ⑤ 「갖고 노는 글자 ‘WCG 플레이 폰트’」

― ⑥ 「글자티콘의 시대가 온다

― ⑦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최지윤 of ‘빅빅 넘버스’

― ⑧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이재상 of ‘위트 아이콘’

― ⑨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김정진·이병헌 of ‘엉뚱상상체’

― ⑩ 「연재를 마치며: 엉뚱상상 최치영 디렉터가 말하는 시각꼴, 그리고 타이포브랜딩

 

 

 

*                    *                    *

 

 

 

 

WCG 플레이 폰트는 국제 e스포츠 대회인 ‘월드 사이버 게임즈(World Cyber Games)’의 2020년 행사를 위한 전용서체다. 엉뚱상상이 서체 디자이너 양희재(양장점), 일러스트레이터 이봉준(양말뱀)과 공동 제작했다. 이름처럼 ‘play’ 할 수 있는 콘셉트를 표방한 서체라는 점이 여타의 전용서체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 WCG 플레이 폰트 다운로드

 

그냥 키보드를 두드려 때리면 귀여운 글자가 랜덤하게 나옵니다. 
폰트를 게임처럼 직접 만지고 즐길 수 있으니 편안하게 키보드를 두드려보세요.
폰트는 섞어서 쓸 수도 있고 귀여운 이모지도 튀어나온답니다. 
이모지 폰트 중에 색상이 없는 폰트는 집에서 출력 후 사용해보세요. 
집콕시대 우리 아이들과 색칠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 엉뚱상상의 디자이너 노트 ―

 

 

WCG는 글로벌 e스포츠 축제로, 2000년 출범한 이래 세계 최대의 e스포츠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슬로건은 ‘Beyond the Game, More than Sports’. 즐거움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엉뚱상상은 이 즐거운 축제를 위한 폰트를 제작하면서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더욱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물리적 거리가 더욱 멀어진 2020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글로벌 소통 방법은 무엇일까? 동시에 e스포츠를 즐기는 것과 같이 우리의 소통이 즐거울 순 없을까?

 

WCG 플레이 폰트에는 5종의 영문 폰트와 2종의 딩벳이 포함되어 있다. 콘텐츠를 친절하게 전달하는 베이직 타입(Friendly), 콘텐츠를 즐겁게(Enjoy), 역동적으로(Exciting) 전달하는 플레이 타입과 재미있게(Fun) 전달하는 딩벳이 기본이다. 여기에 영문 3종을 섞어 쓸 수 있는 Festival, 색상이 더해진 Festival Pop, 컬러 딩벳인 Fun Pop이 함께한다.

 

WCG Play Font 제안서에는 폰트로 즐거운 놀이를 만드는 시나리오가 포함되었다. 게임 같은 폰트를 만들기 시작해 Friendly-Enjoy-Exciting 체계의 폰트를 구성하였고 마음껏 섞어 쓰는 상황을 상상했다.
‘WCG 플레이 폰트’ 패밀리 ― Friendly, Enjoy, Exciting, Fun, Fun Pop, Festival, Festival Pop

 

‘WCG 플레이 폰트’ 모션 포스터

 

이 폰트를 어떻게 사용할까? 엉뚱상상은 이 폰트는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놀이(play) 도구라고 이야기한다. 폰트로 즐거운 놀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이 모인 e스포츠 축제에서 참가자들은 이 폰트를 사용해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 혹시 영어에 서툴다면 딩벳을 이용해 화장실을 갈 수도, 감사 인사를 할 수도, 아이템을 알려줄 수도 있다. 물론 키보드를 잘못 눌러서 의도치 않은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이 폰트를 사용하는 즐거움이 될 것이라 상상하고 기대한다.

 

 

 

mini interview ― 양희재: ‘WCG 플레이 폰트’ 서체 디자인

 

Friendly, Enjoy, Exciting 3종의 폰트와 3종을 섞어 쓰는 Festival,

그것의 컬러 폰트 Festival Pop까지 5종의 가족이 있어요. 이런 구성을 구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엉뚱상상 최치영 대표님이 제안해주신 것은 기존 폰트들이 흔히 웨이트, 너비를 기반으로 라이트, 레귤러, 볼드 등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그것이 새로우면 좋겠다는 이야기였어요.
활용하는 사람 입장을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완전히 본문용은 아니고 영상 제작자, 게임 세상 안에 있는 관련자들이 썼으면 좋겠다고 했고 디스플레이적인 부분,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하는 부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외형의 변화를 주면서 종을 구분하게 됐어요.


대중이 폰트를 좀더 널리,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제가 대학생일 때만 해도 디자인하는 사람들도 폰트를 사서 쓰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제는 학생들도 서체 회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고, 폰트를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도 많이 있는 듯 해요. 폰트를 선택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또 중요할 것 같고요.


엉뚱상상의 프로젝트들에선 편집 디자이너들이 숫자나 기호 등을 디자인하기도 해요.

편집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나가는 서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디자이너들이 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 벽을 넘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학교에서 진로를 정하려는 학생을 만나면, 많은 사람들이 글자를 하면 나는 글자를 하는 사람, 그래픽을 하면 나는 그래픽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해외에는 그 경계가 없이 활동하는 많은 디자이너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영문 폰트를 만드는데 영문법에 능통하지는 않아요. 라틴 알파벳을 디자인하는데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 모순이진 않을까 생각하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외국에서 제 글자를 쓰는 사람들은 제가 영어를 하는지 못하는지 상관없이 자신들이 쓰고 싶은 서체를 쓰는 거예요.

제가 만드는 글자로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제 영문 폰트에서 한글 같은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한글이든, 영문 폰트든 레터링이든 본인의 기준에서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거죠. 어떤 직업군에 있기 때문에 이런 걸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도 경험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점점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계속 비슷한 작업을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다른 것들을 해보려고 해요. 새로운 걸 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죠.
** 양희재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전문은 《the T》 14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mini interview ― 이봉준: ‘WCG 플레이 폰트’ 딩벳 디자인

 

WCG 프로젝트에서 딩벳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딩벳 디자인의 콘셉트는 무엇이었고 무엇을 표현하는 그래픽 제작이 목표였나요?
보통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개발되는 브랜드 전용 서체가 아닌 경우, 일반적으로 서체라 함은 그 사용자가 특정되는 경우가 잘 없어요. 그런데 WCG 프로젝트는 사용자를 ‘게임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로 상정하고 진행된 프로젝트라 여타 다른 폰트와는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불특정 다수, 하지만 주로 디자이너들이 사용하게 되는 폰트 패밀리보다는 어떤 특정 나이대의 사용자, 특정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을 겨냥하는 이모티콘 디자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됐죠. 따라서 그들이 게임 속에서 대화를 나눌 때 익숙하게 사용하는 감정 표현들과 아이템들을 활용해서 ‘게임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서로 재미나게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제작 목표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WCG가 게임 회사인만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딩벳으로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고 알고 있어요. 딩벳의 사용이 확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요? 또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어디라고 보나요?
그림문자가 가지는 특장점이라고 한다면 범용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라나 인종이 달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분모만 있다면 그것과 관련된 그림문자를 통해 자유롭게 감정을 공유하며 소통을 할 수 있잖아요. 흔히들 사용하는 이모지처럼요. 그런 점에서 WCG 축제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도구로서 이 폰트를 사용하면, 언어가 달라도 감정을 나누며 소통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어요. 그 기대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폰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설치를 해야만 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이 폰트를 사용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작업하는 동안 조금씩 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대상으로 삼았던 ‘게임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보다도 오히려 디자이너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폰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디자이너들은 폰트를 내려받아서 사용하는 데에 큰 제약이 없고, 작업물이 딩벳 일러스트레이션과 잘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하나의 그래픽 요소로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처음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쓰임새가 있는 폰트일 거라는 생각이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기게 되었죠. 사람들이 어떻게 딩벳을 쓰게 할 것인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 이봉준 일러스트레이터와의 인터뷰 전문은 《the T》 14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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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디자인그룹 ‘엉뚱상상’의 또 다른 책

Letters.Branding Italic Art Book』  &  『BIGBIG NUMBERS Font Speci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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