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8.

[TYPE÷] 세련된 판타지 감성 「그리모어」에 관해 나눈 타입 디자이너의 스몰토크

윤디자인 폰트 타입나누기 Yoon 그리모어(grimoire)

 

열다섯 번째로 나눈 타입은 신비한 주문과 마법의 힘을 담은 고서적, 바로 ‘그리모어(Grimoire)’입니다.

 

송우빈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한 폰트 「그리모어」는 그 이름처럼 강렬하고 매혹적인 디자인으로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날카로운 부리 장식은 마치 마법사의 펜촉이 획을 긋는 듯한 인상을 주고, 꽉 찬 네모틀 구조는 폰트 자체의 웅장함을 더합니다.

 

이번 타입나누기에서는 이 특별한 폰트를 만든 송우빈 디자이너와 함께, 「그리모어」에 얽힌 이야기를 깊이 파헤쳐보려 합니다. 특히 이번 인터뷰는 서체를 아끼는 폰트 사용자들의 질문을 직접 반영하여, 디자이너의 창작 의도부터 숨겨진 제작 비화까지, 그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드릴 예정입니다. 「그리모어」가 가진 화려한 주문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리모어÷(SNS+송우빈)

 

윤디자인 폰트 타입나누기 Yoon 그리모어(grimoire) Q&A

 

 

Q. 어떤 배경으로 「그리모어」라는 폰트가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a. 저는 평소에 ott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자주 접합니다. 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데요. 아마 모두 공감하실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넷플릭스에 업로드되는 콘텐츠는 국내, 국외를 가리지 않고 ‘한글로 된 제목’을 내세우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결국 외국 콘텐츠 같은 경우에 ‘라틴 알파벳 → 한글’로 로컬라이징 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작업을 할 때 디자이너의 손길이 들어갈 것을 예상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고딕, 명조와 같은 전통적인 글자체를 제외하고 제목 용도로 자주 사용되는 폰트 카테고리를 추려내다가 해당 스타일(라틴 알파벳의 획 표현을 접목한)을 가진 단단한 뼈대의 폰트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습니다.

 

 

 

Q. 한글 레터링 디자인의 활용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것일까요?

 

a. 네 맞습니다. 텅 빈 흰 공간에서 레터링을 시작하기란 생각보다 난해하고 어렵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생업 디자이너라면 더욱 부담스럽죠. 더군다나 콘셉트, 인상 등이 어느 정도 이미 정해진 ‘로컬라이징’의 경우에는 생산성을 위해 레퍼런스 폰트를 더욱 필요로 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픽적 활용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도, 빠른 결과물을 원하는 사람도 이국적이고 단단한 뼈대로서 「그리모어」를 활용하면 생각보다 그럴듯한 레터링을 쉽게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디자인 폰트 타입나누기 Yoon 그리모어(grimoire) 레터링 예시
Yoon 그리모어 타이틀 디자인 예시

 

 

Q. 서체명을 「그리모어」로 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한 폰트디자이너들은 이런 네이밍 과정을 작업 과정 속 어느 시기에 주로 선정하게 되나요?

 

a. 디자이너마다 작업 방식은 각기 다를 듯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엔 큰 틀의 콘셉트를 표방할 수 있는 키워드로 가제를 정하고 작업합니다. 「그리모어」같은 경우, 처음의 가제는 「그림자 마녀」였습니다. 지금보다 ‘빌런’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했었거든요. 시간이 지나, 폰트 작업이 거의 완성될 무렵에 「그리모어」라는 이름을 추천받아 정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이름을 정한 큰 의미는 없었고요. 직관적으로 어감도 좋고, 의미가 잘 매칭되어서 그렇습니다. 사용자들에게 폰트 이름은 첫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잖아요? 그래서 너무 깊이 생각하여 의미를 알차게 담아도 결국엔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이름에 너무 크게 의미를 부여해서 고뇌하지 않고 직관적, 감각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더 좋은 결과가 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Q. 「그리모어」를 제작하면서 참고한 작품 혹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a. 대체로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 등을 생각하며 작업하였습니다. 캐릭터 면에서는 ‘크루엘라’, ‘말레피센트’ 등과 같이 주역보다 인기 많은 악역 캐릭터. 작품의 경우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그리셀다’, ‘엘리트들’과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내세우는 ‘피카레스크’ 장르를 주로 떠올렸던 것 같네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그리셀다, 말레피센트, 크루엘라, 엘리트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그리셀다, 말레피센트, 크루엘라, 엘리트들(이미지 출처: IMDb)

 

 

 

Q. 한글에 라틴 알파벳의 특징을 적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작업하면서 특히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a. 주로 표현의 강약을 조절하는 섬세함에 있어 많이 시간을 소요했던 것 같아요. 영문은 풀어쓰기 방식이다 보니 항상 독립적으로 하나의 낱자들이 서로 모여 글줄을 형성하는 데에 비해, 한글과 한자는 하나의 낱자 속에서도 최대 4-5개의 자소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전부 동일한 뾰족함(장식)을 내세울 수 없었어요. 결론만 말하자면, 낱자를 사분면(四分面)하여 가장 극단의 뾰족함의 정도를 ‘100’으로 기준 잡고, 그 외의 것들은 ‘25~50’내외로 표현의 정도를 약하게 하였습니다. 이런 기준을 세우는 것도 까다로웠지만, 진짜 어려움은 해당 규칙이 “모든 글자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나?” 라는 검수 과정이 더 고생스러웠습니다.

 

 

디자인 폰트 타입나누기 Yoon 그리모어(grimoire)

 

Q. 「그리모어」와 같이 시장 트렌드를 따르는 폰트를 제작할 때는 어떻게 이런 트렌드 흐름을 파악하나요?

 

a. 일상생활에서 ‘일’과 ‘일상’을 구분 짓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쉽게 말해, 일상 자체가 영감의 원천인 셈이죠. 꼭 시각물에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자신의 직업이 적성(선호)과 맞지 않다면, 이런 방법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자기학대에 가까워서 아무에게나 추천하는 방법은 아닙니다.(웃음)

 

 

 

Q. 가나문자(일본어 영역)는 어떻게 만드나요?

 

a. 가나문자는 라틴 알파벳보다 레퍼런스에 더 크게 의존합니다. 「그리모어」를 만들 때 참고한 레퍼런스는 「シネマ明朝体 / 시네마 명조체」로, 제 일상(게임 트레일러 영상)에서 발견해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가나문자는 주로 무게중심을 정중앙에 두어 낱자 간 외곽의 정렬보다는 힘의 균질함에 더 큰 비중을 두곤 하는데, 독특하게 해당 글자체는 외곽을 또렷하고 일정하게 하려고 기울기를 완화하고, 글자 구조에 다소 과장이 섞인 점이 특징입니다. 꽉 찬 네모틀에 세리프 스타일(serif style)을 차용한 「그리모어」와 찰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 폰트 타입나누기 Yoon 그리모어(grimoire) 참고 레퍼런스 시네마 명조

 

 

 

Q. 손가락 특수문자가 인상적입니다! 디자이너님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특수문자는 무엇인가요?

 

a. 마녀의 손을 모티프로 삼아 제작하고 싶어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앞에서도 설명해 드렸듯이 과거의 가제는 「그림자 마녀」였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마녀’가 아닌 ‘마법사’정도로 바꾸면 앞뒤가 맞지 않을까 합니다(웃음). 저도 손가락 방향 특수문자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폰코 서체 중 컨셉츄얼한 작업물 중에는 손가락 방향 특수문자에 테마를 적용한 결과물이 꽤 있답니다. 디자이너들이 콘셉트에 진심인 것,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디자인 폰트 타입나누기 폰트 특수문자 약물 손가락 특수문자

 

 

 

Q. 폰코 상세페이지 마지막 부분에 ‘F 혹은 FEEL THE FONT라고 매번 반복되는 아이콘은 무엇일까요? 이 작업은 어떤 디자이너님들의 손을 거쳐 탄생하나요?

 

a. 저희 내부에서는 ‘폰코 엠블럼’이라고 부릅니다. 폰코 웹사이트의 상세 페이지는 크게 ‘네임 카드(위)’와 ‘엠블럼(아래)’을 활용하여 정돈된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부 설계와 프로세스는 ‘폰코 사업부’ 디자이너분들이 노력해 주셨고, 개별 상세페이지 속 네임 카드와 엠블럼의 베리에이션은 폰트를 제작한 디자이너가 적절한 범위 내에서 수정하기도 합니다.

 

 

디자인 폰트 타입나누기 Yoon 그리모어(grimoire) 폰코 엠블럼

 

 

 

이상으로 열다섯 번째 타입나누기를 마칩니다. 폰트 「그리모어」는 디자이너의 예리한 시각과 섬세한 감각이 더해져 탄생한 특별한 서체입니다. 이번 인터뷰가 폰트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ONCO] 그리모어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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