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11.

‘현대카드 유앤아이뉴’ 개발 참여 디자이너 인터뷰

 

일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폰트와 마주합니다. 우리가 먹고, 사고, 쓰고, 보는 모든 것에 폰트가 있죠. 윤디자인그룹 하면 기업 전용서체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실제로 출근길에서 발견하는 윤디자인‘표’ 서체만 해도 손에 다 꼽기 힘들 정도입니다. 국내 최초·최다·최고. 윤디자인그룹이 국내 서체 개발을 이끌어온 중심에 TDC(Type Design Center)가 있습니다. 서체의 명품을 작도하는 TDC 디자이너들의 서체 제작기. 하나의 전용서체가 탄생하기까지 그 이면의 치열했던 스토리를 공개합니다.

 

‘현대카드 유앤아이뉴’ 제목용[좌], 본문용[우]

 

 ‘유앤아이’ 히스토리 복습: 2003 유앤아이 ― 2013 유앤아이 모던 ― 2021 유앤아이뉴 

 

현대카드 유앤아이 시리즈의 계보는 현대카드 디자인랩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2003년 현대카드 디자인랩이 개발한 현대카드 유앤아이(Hyundaicard Youandi)는 국내 최초의 기업 전용서체로 큰 화제를 모았었죠. 10년 뒤인 2013년에는 기존 현대카드 유앤아이의 리뉴얼 서체 현대카드 유앤아이 모던(Hyundaicard Youandi Modern)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현대카드 디자인 랩은 영문 서체의 디자인 로직을 재정립하여 현대카드 유앤아이뉴(Hyundaicard Youandi New)를 발표했습니다.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아드 반 도멜렌(Aad van Dommelen)과 협업하여 유사한 형태의 반복, 획이 가는 지점, 자간, 장평 등을 개선하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효율성을 확보한 ‘뉴’ 버전이죠. 특히 중요한 점은 기존 5종으로 구성되어 있던 영문 서체 패밀리를 22종으로 확장하고 배리어블(variable, 가변형)까지 추가 개발한 것입니다.

 

이렇게 정립된 영문 디자인 로직을 바탕으로 윤디자인그룹은 현대카드 디자인랩과 수 개월간 협의 및 논의 과정을 거쳐 영문과 한글 서체의 균형을 맞춰 나갔습니다. 한글 세부 구조와 형태를 통일감 있게 개선하고, 굵기 체계를 기존 5종(제목용 3종, 본문용 2종)에서 10종(제목용 5종, 본문용 5종)으로 확장했습니다. 또한 각각의 스태틱(static)* 서체를 활용하여 배리어블을 구현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의 ‘최초’ 기록이 나오는데요. 그렇습니다. 현대카드 유앤아이뉴는 국내 기업 전용서체 중 최초로 배리어블을 포함한 패밀리를 선보인 것이죠.

 

* 스태틱 서체란 라이트(light), 미듐(medium), 볼드(bold), 헤비(heavy) 등 패밀리를 구성하는 각각의 서체를 가리킵니다. 스태틱, 즉 static은 ‘고정된’이라는 뜻인데요. “스태틱 서체를 활용하여 배리어블을 구현한다”라는 것은, 고정된 라이트·미듐·볼드·헤비 등등을 합쳐서 움직이는 배리어블 폰트를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고정된 jpg 이미지들을 합쳐서 ‘움짤’ gif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죠.

 

 

 국내 기업 전용서체 최초의 배리어블 폰트 ‘현대카드 유앤아이뉴’(2021) 

 디렉터: 이현승  디자이너: 박현준·이찬솔·장연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윤디자인그룹이 개발에 참여한 현대카드 유앤아이뉴(이하 유앤아이뉴)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최적화, 가독성 개선, 한글·영문·기호 간의 밸런스 개선, 종수 확대를 목표로 제목/본문용 각 5종과 제목/본문용 배리어블 폰트(variable font, 가변형 폰트) 각 1종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국내 기업 전용서체 최초의 디지털 배리어블 폰트가 탄생한 것이죠. 14개월 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윤디자인그룹 TDC 디자이너들에게 유앤아이뉴 제작 비하인드를 물었습니다.

 

‘현대카드 유앤아이뉴’ 제목용 특징 요소 | 클릭/터치 시 확대 보기

 

‘현대카드 유앤아이뉴’ 본문용 특징 요소 | 클릭/터치 시 확대 보기

 

 

 현대카드 유앤아이뉴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 · · 이현승  한글 및 KS심볼의 제목용 5종, 본문용 5종을 개발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스태틱 서체를 바탕으로 변형이 가능하도록 제목용과 본문용 배리어블 폰트를 개발했고요.

 

 일반 사용자들을 위해 배리어블 폰트를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 · · 이찬솔  쉽게 말해 가변형 폰트예요. 사용자가 굵기와 기울기, 너비, 세리프(serif) 등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어 무한대에 가까운 종수를 만들 수 있죠. 적은 용량 덕에 디지털 환경에서 로딩 타임도 줄어들고요. 유앤아이뉴 배리어블 폰트는 라이트·레귤러·미듐·볼드·엑스트라볼드(Light·Regular·Medium·Bold·ExtraBold) 다섯 가지 굵기의 고정된 글자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변화가 가능하도록 개발했어요.

 

 개발 시 역할은 어떻게 분담했나요? 

· · · 장연준  시안이 결정된 후 각자 굵기를 분담해 파생 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Light를 맡았고, 이후 팀원들과 함께 수정 및 검수를 거치며 폰트의 퀄리티를 높여 나갔습니다.

· · · 이찬솔  저는 배리어블 폰트 개발을 메인으로 Regular, Bold를 파생했어요. 

· · · 박현준  가장 두꺼운 ExtraBold 파생을 담당했어요. 그 외 폰트의 데이터화, 조판 테스트, 수정 및 검수 등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작업들을 소화했죠.

· · · 이현승  프로젝트 진행 관리 및 총괄 디렉터를 맡았습니다. 초반 시안 결정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됐거든요. 어쩔 수 없이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해야만 했는데 누구 하나 불평불만 없이 기꺼이 임해주어 고마웠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현대카드 유앤아이뉴’ ExtraBold 한글 및 로만 알파벳 제목용[좌], 본문용[우]

 

 

 시안 작업 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 · · 이현승  한글과 영문 간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해 가독성과 시안성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짜임새 있는 글자폭과 자간으로 사용자가 별도의 장평이나 자간 조정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면 했고, 모임꼴 각각 안정적이고 정돈된 글줄이 형성되도록 설계했습니다. 한글뿐 아니라 KS심볼도 디자인했는데 한글과 영문, 기호를 섞어 쓸 경우 균형감 있게 보이도록 새롭게 만들었어요. 한글과 영문에 입각한 특징 요소들이 통일감 있게 반영되도록 했고요.

· · · 이찬솔  KS심볼 영역까지 개발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두 배였죠. 흔히 특수문자라 불리는 KS심볼에는 일본어, 러시아어(Cyrill), 그리스어(Greek) 등 다양한 언어와 기호들이 존재해요.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스태틱 폰트로 개발하고 배리어블까지 구현하려니 쉽지 않았어요. KS심볼은 비록 사용 빈도는 떨어질지라도 디자이너가 제대로 만들어줘야 되는 영역이에요. 현대카드 같은 금융회사일 경우 숫자와 KS심볼에 특히 신경을 기울여야 하고요. 현대카드 유앤아이뉴는 숫자 너비를 고정폭으로 통일해 변별성을 높였죠.

 

‘현대카드 유앤아이뉴’ ExtraBold 및 Light KS심볼 제목용[좌], 본문용[우]

 

 

 기존 서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리뉴얼을 진행했어요. 일반 전용서체 개발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 · · 박현준  처음부터 서체를 만드는 일반 전용서체 같은 경우는 그 브랜드의 전반적인 아이덴티티를 분석하고 도출된 콘셉트를 표현하고 아우를 수 있는 서체를 디자인한다고 보면 되는데요. 그것과 다르게 이번 ‘현대카드 유앤아이’ 리뉴얼 작업은 기존의 콘셉트와 디자인은 나와 있는 상태에서 기능적인 부분들(가독성, 판독성, 한글과 영문의 글줄 등)을 수정, 보완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더불어 사용성 측면에서도 굵기 단계의 추가와 배리어블 기능의 접목으로 다양한 매체와 디바이스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했죠. 이런 요소들이 기존의 ‘유앤아이 모던’과 이번 ‘유앤아이뉴’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리어블 폰트 개발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 · · 박현준  배리어블 폰트의 특성상 속성값과 글자 개수가 모두 동일하게 맞아떨어져야 되거든요. 이게 일치하지 않을 땐 11,172자를 일일이 다 뒤져가며 틀린 부분을 찾아내야 해요. 크고 작은 난관들이 있었죠.(웃음)

· · · 장연준  배리어블 폰트를 제작하는 것은 단지 얇은 서체와 두꺼운 서체를 디자인하고 연결하는 것이 아니예요. 각각의 웨이트(weight)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정확하고 섬세한 위치, 공간 분배, 두께 조절 등의 작업이 요구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자를 만들 때 해당 글자의 공간뿐 아니라 다른 두께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작업했던 기억이 있어요.

· · · 이찬솔  힌팅(hinting) 팀에서 정말 많이 고생해주셨습니다. 힌팅은 모니터나 모바일 등에서 해상도로 인해 발생하는 글자의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명령어를 추가하는 기술인데요. 엄청난 양의 글자들에 일일이 힌트(hint)를 주어 글자가 선명히 보이도록 만들어야 해요. 힌팅 팀의 숨은 노고로 배리어블 폰트가 완성되었음을 꼭 말하고 싶었어요.

 

‘현대카드 유앤아이뉴’ 제목용[좌] 및 본문용[우] 배리어블

 

 

 배리어블 폰트는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나요? 
· · · 이현승  인터넷 브라우저, OS 등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됩니다. 어도비 포토샵 및 일러스트레이터 내의 문자 속성을 조절해 사용할 수도 있고요. 윤디자인그룹은 기존 머리정체의 DNA를 기반으로한 ‘머리정체2 Variable’(2019)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고딕과 인라인, 세리프를 넘나드는 가변형 폰트였죠. 윤디자인그룹은 미디어 환경 급변에 따라 과학, 기술적 측면에서 폰트가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해왔습니다. 이러한 혁신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업계 최초의 가변형 전용서체 개발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네요.

 

 유앤아이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작업자로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 · · 장연준  배리어블 폰트는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었어요. 그저 ‘배리어블 폰트라는 게 요즘 트렌드구나’ 생각하는 정도였죠. 타이포잔치(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같은 행사나 레퍼런스로만 보던 배리어블 폰트를 직접 만들고, 처음으로 눈앞에서 구동이 되는 걸 봤을 때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 · · 이찬솔  유앤아이뉴 프로젝트를 떠나서,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요. 완성한 서체로 제 주변 사람들의 이름이나 자주 쓰는 단어를 출력해서 보고 있으면 좀 뿌듯해지더라고요.(웃음) ‘네가 글자로서 가치가 있구나’ 싶어서요.

 

 현대카드는 전용서체를 기업 브랜딩에 적용시킨 성공적 사례로 꼽히죠. 개발을 마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 · · 이현승  국내 기업들이 서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데는 현대카드의 역할이 컸어요. 국내 기업 최초 배리어블 폰트 유앤아이뉴가 현대카드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 · 장연준  성공적인 타이포 브랜딩(typo-branding)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기업이죠. 저도 전용서체를 공부할 때 현대카드를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디자인과 브랜딩에 있어 상징적인 현대카드의 프로젝트를 완수하게 되어 기쁩니다.

· · · 박현준  ‘이게 될까?’란 의구심에서 시작해 ‘이게 되네?’ 하고 스스로 놀랐던 프로젝트였어요. 힘들지만 재미있었죠. 현대카드는 타이포(typography)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보여주는 회사잖아요. 제가 만든 유앤아이뉴가 앞으로 어떻게 쓰이게 될지 매우 기대돼요.

· · · 이찬솔  최근 ‘현대카드 ZERO Edition2’라는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는데 유앤아이뉴가 적용된 패키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많은 분들이 서체를 접하고 쓰실 거라 생각하니 설렙니다. 부디 사용에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현대카드 유앤아이뉴’가 적용된 현대카드 ZERO Edition2 패키지 구성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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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re about Hyundaicard YouandiNew 

· · · 「기업 서체 전성 시대: 현대카드, 국내 기업 최초 가변 서체를 선보이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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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팅 잘 보고 공감누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