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하이파이브가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서체가 출시되고 비하인드 이야기를 푸는 🔗‘타입나누기’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네요. (가지 마세요…)
그동안 여러 서체를 만들었지만, 처음 만들었던 서체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조금 특별한 것 같습니다. 처음이라 서툴기도 했고, 만들면서 했던 고민도 지금과는 달랐으니까요. 무엇보다 작업을 마치고 나서는 이 글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번 글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여기저기서 발견한 하이파이브의 흔적을 한번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글. 사진. 김지연
하이파이브는 그동안 어떻게 쓰였을까요?
하이파이브가 출시되고 나서는 온라인 서점 신간 목록을 자주 들여다봤습니다. 표지를 하나하나 보면서 쓰인 책이 있나 찾았는데, 슬프게도 한동안은 사용 사례를 발견할 수 없었어요. 서체가 나오고 실제로 쓰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첫 서체라 약간의 조바심이 났습니다. 어쨌든 많이 쓰여야 하니까요.

《출발! 1박 2일 캠핑 과학》(곰곰(휴머니스트), 2024)
하이파이브를 처음 발견한 건 《출발! 1박 2일 캠핑 과학》 표지였습니다. 하이파이브가 출시된 게 7월 19일인데 이 책은 같은 해 9월 말에 출간됐거든요. 인쇄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신간 목록을 살펴보며 조바심 내던 그때, 이미 누군가는 하이파이브를 골라서 작업하고 있었던 거죠. 신기하게도 한번 발견하고 나니 그때부터 하나둘 다른 사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회사 분들이 제보를 많이 해주시기도 했고요.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사용 사례들을 몇 가지 꼽아 분야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도서

왼쪽부터 차례대로 《일본 문화 키워드 517》(길벗, 2025), 《딱 50부터 노후 준비합시다》
(경이로움, 2026), 《언어로 지구 정복》(다산북스, 2025)
F&B

왼쪽부터 노브랜드 버거 홍보 포스터, 하림 직화 닭가슴살 패키지

시그널플래너 광고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하이파이브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어요. 그중 하나는 코스트코에 갔다가 매장 입구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하이파이브를 보았던 날입니다. 보자마자 엇 저거 내가 만든 서체다, 하고 옆에 있던 엄마에게 자랑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는 계속 내려가는데 저걸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휴대폰을 꺼냈던 기억이 나요.

코스트코 매장에서 발견한 하이파이브
가장 신기했던 건 《진조쌤 35일 기적의 수영책》에서 발견했을 때입니다. 저는 취미로 수영을 하고, 마침 진조쌤 채널도 구독하고 있었거든요.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출간 소식을 전하는 게시글을 봤는데 표지에 굉장히 익숙한 글자가 보이는 거예요. 하이파이브였습니다. 스포츠와 에너제틱함을 생각하며 만든 서체가 수영 책에 쓰이고, 심지어 평소에 보던 채널의 책이라니! 여러 가지 우연이 겹친 것 같아서 신기했고, 서체를 만들며 상상했던 자리에 실제로 놓인 걸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진조쌤 35일 기적의 수영책》(서스테인, 2025)
나가며
서체를 만들 때는 형태만큼이나 ‘어디에 쓰일까’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크기에서 잘 보이는지, 어떤 이미지와 만났을 때 장점이 살아나는지 같은 것들요. 그런데 여러 가지 쓰임을 떠올려보아도,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모습은 늘 제 예상보다 넓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서체에 콘셉트를 잡는다는 게 꼭 쓰임을 정하는 일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콘셉트는 글자를 만들 때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고, 그 글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사용할지는 결국 사용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파이브 역시 ‘스포츠와 움직임, 활기참’이라는 콘셉트에서 시작했지만, 출시된 뒤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처럼요.
그런 모습을 모아놓고 보니 하이파이브가 어떤 자리에 놓일 때 잘 어울리는지도 눈에 들어왔고, 그중에는 ‘여기라면 조금 더 부드러운 쪽이 어울렸겠다’ 싶은 곳들도 있었습니다. 하이파이브의 활기차고 당찬 느낌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조금 더 둥글고 친근하게 풀어낸다면 또 다른 쓰임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이파이브 라운디드'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오는 9월 16일부터 🔗폰코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어떠한 과정으로 만들었는지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이 서체는 또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게 될까요? 혹시 어딘가에서 하이파이브 패밀리를 발견하신다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Yoon 하이파이브 | FONCO
Yoon 하이파이브 | 하이파이브는 쭉쭉 늘어나는 유연한 형태의 제목용 서체입니다. 탄력적이고 속도감 있는 획의 표현과 자연스러운 연결성이 특징이며, 발랄하고 활기찬 인상이 느껴집니다. 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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