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과 공간을 다루는 바이오필리아 디자인 그룹 ‘마초의사춘기’. 상반된 두 단어가 나란히 놓인 이름처럼, 이번 전용서체 프로젝트도 서로 다른 두 성격의 서체를 하나의 브랜드 안에 담아내는 일이었습니다. 굵고 힘 있는 제목용 ‘마초의사춘기체’와, 차분히 정보를 전하는 본문용 ‘마초의일상체’. 두 벌의 서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프로젝트를 이끈 김지연 디자이너에게 물었습니다.
Q. 제목용 ‘마초의사춘기체’와 본문용 ‘마초의일상체’로 나눈 이원화 구조는 기획 초기부터 염두에 두었나요?
A. 제가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킥오프 미팅 때 마초의사춘기 측에서 이미 이원화 구조로 기획을 가져오셨고, 스펙을 논의한 뒤 최종적으로 제목용과 본문용 한 벌씩 제작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마초의사춘기’라는 상반된 이름을 각각의 용도에 맞게, 똑똑하게 서체로 풀어낸 기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상반된 ‘마초’와 ‘사춘기’, 이 두 키워드를 서체 조형으로 풀어낼 때 첫 스케치 단계에서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A. 처음엔 두 키워드를 각각 어떤 조형 요소로 치환할지부터 정리했습니다. ‘마초’는 획의 굵기와 힘으로, ‘사춘기’는 잉크트랩이나 획 끝의 마감처럼 디테일한 요소로 풀었어요. 다만 보여지는 조형적 요소에만 치우치면 글자가 불안정해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골격은 네모틀에 맞춰 탄탄하게 짰습니다. 개성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드러내고 구조는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방식이었죠.

Q. ‘마초의사춘기’가 바이오필리아 디자인 그룹인 만큼, 식물의 느낌이나 공간감을 반영하기 위해 의도한 구조나 특징이 있나요?
A. ‘ㅅ’, ‘ㅈ’, ‘ㅊ’의 형태를 식물의 줄기나 이파리처럼 과감한 곡선으로 제작했습니다. 브랜드명인 ‘마초의사춘기’에 ‘ㅅ’과 ‘ㅊ’이 들어가는 만큼 이 자소들이 서체의 인상을 대표하게 하고 싶었어요. 공간감의 경우, 자폭을 넓게 잡고 네모틀에 꽉 차도록 뼈대를 묵직하게 설계해서 마치 식물로 커다란 공간을 채우는 듯한 인상을 내려고 했습니다.
Q. 마초의사춘기체에서 브랜드의 개성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기 위해 시도한 자소 형태는 무엇인가요?
A. 전용 서체인 만큼 글자를 봤을 때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리브랜딩된 로고타입의 세리프를 ‘ㅁ’, ‘ㅂ’ 좌측 상단 획에 부리처럼 달아 포인트를 주고, 이 세리프 모양에 맞춰 중성과 종성에도 약간 뾰족한 형태를 더해 글자 하나에 통일성이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ㅅ’, ‘ㅈ’, ‘ㅊ’의 곡선과 함께 서체의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Q. 반대로 마초의일상체에서는 가독성을 위해 개성을 덜어내면서도, 끝까지 지키려 한 디테일은 어디에 있나요?
A. 마초의일상체도 마초의사춘기체와 마찬가지로 ‘ㅅ’, ‘ㅈ’, ‘ㅊ’의 내리점에 약간의 곡선감을 주어 산뜻한 인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ㅅ’을 대칭적으로 그리지 않고 내리점 끝부분을 수직으로 마감해서 대비되는 느낌을 살렸는데, 사춘기가 새로운 감성을 피워내는 시기인 만큼 기존 틀을 깨는 거침없는 시도, 정형화되지 않은 생명력이 느껴지도록 의도한 부분입니다.

Q. 조형성이 강한 서체라 작업이 까다로웠을 텐데, 가장 애먹인 글자는 무엇이었나요?
A. ‘ㄱ’계열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ㅅ’이나 ‘ㅈ’, ‘ㅊ’은 삐침과 내림이 비슷한 위치에서 하단을 받쳐주는 형태인데, ‘ㄱ’은 그런 획이 없다 보니 어떻게 그려도 곡선부, 우측의 여백 부분이 계속 어색해 보였습니다. 또 글자가 두껍다 보니 획이 많아졌을 때 회색도를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자소에 획 대비가 있는 서체라 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Q. 이 두 서체가 어떤 톤앤매너의 그래픽이나 공간에서 쓰일 때 가장 멋질지, 추천하는 조합이 있다면요?
A. ‘마초의사춘기체’는 획이 두꺼워 작게 쓰면 형태가 뭉개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크게 쓸수록 곡선의 인상이 살아나서, 간판이나 포스터처럼 크게 사용하는 자리를 전제로 설계했어요. ‘마초의일상체’는 여백을 넉넉히 둔 레이아웃에 쓰이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두 서체를 같이 쓴다면 크기 대비를 확실히 주는 편을 추천합니다.
Q. 이번 프로젝트를 완수하면서 디자이너로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끼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A. 일정 수립부터 미팅, 기획, 제작, 외주 관리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다뤘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법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작업 초반에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을 정확하게 잡아야 시안도 그 결대로 나온다는 걸 느끼기도 했고요. 글자 파생을 하면서 규칙을 꼼꼼히 잡았다고 생각했는데도 후반부에 수정 작업이 꽤 있었어서, 이런 부분은 더 보완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Q. 선배·동료들의 다양한 작업을 곁에서 보고 본인의 전용서체 프로젝트를 끝낸 현 시점에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서체 스타일이 있나요?
A. 특징이 강한 서체는 여전히 작업하기에 재밌지만, 동시에 기본기가 탄탄히 받쳐줘야 한다는 걸 느낍니다. 공간을 아주 세밀하게 다루는 작업, 그러니까 미세한 균형과 회색도까지 촘촘하게 컨트롤해야 하는 서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클립’이나 ‘어반모던’처럼 다양한 구성의 패밀리 서체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마치며
식물이 어디 놓이느냐에 따라 공간의 인상이 달라지듯, 서체도 쓰이는 자리에 따라 다른 얼굴을 갖습니다. ‘마초의사춘기체’와 ‘마초의일상체’ 모두 폰코자키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하실 수 있는데요. 여러분의 작업 속에서 두 서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합니다. 많이 사용해 보시고 널리 알려주세요!
마초의사춘기체 | FONCO
마초의사춘기체 | 마초의사춘기체는 리브랜딩된 마초의사춘기 로고타입의 조형적 특징과 식물로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바이오필리아 디자인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반영하여 브랜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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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의일상체 | FONCO
마초의일상체 | 마초의일상체는 속공간과 여백을 넉넉하게 두어 여유롭고 시원한 인상을 자아냅니다. 이음줄기를 분리해 글줄에 호흡을 만들고, 제목용에서 보이던 곡선적인 결을 본문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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