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0.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 고별전 〈안녕〉

슬로우스테디클럽(Slow Steady Club)은 201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원덕현에 의해 만들어진 편집숍 브랜드입니다. 그는 2011년 블랭코브(Blankof)라는 가방 및 액세서리 브랜드를 먼저 론칭했고, 이를 점차 확장하면서 2년 뒤 슬로우스테디클럽을 선보였습니다.

 

첫 번째 매장인 서울 삼청점(종로구 삼청로5길 17)의 개점일은 2014년 10월 31일. 이후 슬로우스테디클럽은 서울숲점, 영등포점을 열며 서울에만 세 개 점포를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올 1월 새 매장이 또 추가되었습니다. 삼청점과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안국역(서울 지하철 3호선) 4번 출구 근처, 슬로우스테디클럽 안국점이 문을 연 것이죠.

 

 

글·사진. 임재훈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 고별전 〈안녕〉

 

안국점은 슬로우스테디클럽의 통산 4호점인 셈이지만, 현재 매장은 총 세 곳입니다. 올해 3월 20일을 끝으로 삼청점 운영이 종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약 9년 동안 삼청동 골목 한자리를 지키며 여러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을 듬뿍 받았던 장소, 이제는 추억 속 공간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 안국점이 들어선 터라, 삼청점을 자주 찾던 이들의 아쉬움이 조금은 덜할 것 같습니다.

 

오래된 공간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스미기 마련이죠.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 또한 그런 장소였습니다. 1967년 건축된 중옥(重屋)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1층은 편집숍, 2층은 카페, 옥상은 쉼터로 꾸며져 있었는데요. 삼청동 거리를 걷다가 잠시 옷과 소품들을 구경하거나 커피 한 잔을 하며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었죠.

 

삼청점은 슬로우스테디클럽이라는 브랜드가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공간을 꾸린 이들의 시간 속에도 9년(2013년 10월 31일 ~ 2023년 3월 20일)만큼의 이야기들이 켜마다 쌓여 있을 것입니다. 이 서사를 차곡히 정리하기 위하여,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은 3월 17~20일 나흘간 전시장이 되었습니다. 〈안녕〉이라는 고별전을 개최한 것이죠.

 

〈안녕〉은 ‘farewell’이면서 ‘hello’이기도 할 것입니다. 삼청점 방문객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안국점에서의 새 만남을 기약하는 의미일 테니까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 고별전 〈안녕〉 2023. 3. 17. ~ 3. 20. / 윤디자인그룹과 협업

 

〈안녕〉 전시 안내도와 인사말

 

 

지난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문해 주신 많은 분들께서도 이곳에 대한 다양한 추억들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여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 고별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 고별전 〈안녕〉, 인사말

 

 

 

윤디자인그룹의 「슬로우스테디클럽 서체」로 기록한 이야기들

 

〈안녕〉은 이야기들로 채운 전시였습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들의 인쇄된 페이지들이 벽면 가득 펼쳐져 있었어요. 삼청점을 운영했던 이들이 직접 기록한 추억들이었습니다. 매장을 처음 열던 날의 이야기, 삼청동 골목의 맛집 이야기, 손님들과의 추억, 이 공간 안에서 느꼈던 온갖 일상다반사들, ⋯⋯. 이야기들을 읽어 가며 천천히 1층과 2층을 거닐다 보니, 마치 이 공간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안녕〉,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 9년간의 이야기 페이지들 (모든 텍스트는 「슬로우스테디클럽 서체」로 인쇄)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의 9년치 이야기들을 기록한 글자, 고별전 기간 동안 이 공간의 목소리가 되어준 글자. 바로 「슬로우스테디클럽 서체」(이하 SSC 서체)입니다. 윤디자인그룹과 슬로우스테디클럽이 협업하여 개발한 서체로, 올 2월 폰트 마켓 폰코(FONCO)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고별전 〈안녕〉은 「SSC 서체」로 구성되었는데요. 전시장을 메운 이야기 페이지들, 벽면의 안내문들은 모두 「SSC 서체」로 인쇄된 결과물들입니다. 공간 1층에는 「SSC 서체」를 소개하는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어요. 슬로우스테디클럽이 윤디자인그룹과 함께 브랜드 서체(오리지널 폰트)를 만들게 된 배경, 서체의 주요 특징과 사양 등을 소개한 특별관이었습니다.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 카운터

 

「슬로우스테디클럽 서체」 특별관

 

「슬로우스테디클럽 서체」로 기록한 이야기들

 

 

「SSC 서체」는 윤디자인그룹의 스테디셀러 서체 「윤고딕 100」을 바탕으로 지어진 글자입니다. 「SSC 서체」를 개발한 윤디자인그룹 TDC(Type Design Center) 디자이너 박현준의 말처럼 “「윤고딕 100」의 리뉴얼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오랜 기간 동안 「윤고딕」을 사용하여 온라인 게시물, 인쇄물 등에 꾸준하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 저희는 개성이 강하여 이목을 끄는 서체보다 처음에는 자극적이지 않아 지나치기 쉽다 하더라도 질리지 않고 꾸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체를 만들고자 하였고, 그중 저희가 가장 애정하고 애용하는 「윤고딕」을 오마주(hommage) 하고자 했습니다.

— 슬로우스테디클럽 삼청점 고별전 〈안녕〉, 서체 기획 의도 중

 

 

 

윤디자인그룹은 슬로우스테디클럽의 모든 이야기를 응원합니다

 

삼청점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한 슬로우스테디클럽. 이제 안국점이라는 새 공간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나가게 될 텐데요. 지난 9년간 방문객들에게 좋은 시간을 선사해 주었던 삼청점처럼, 안국점 역시 많은 이들의 시간과 이야기가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으로서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슬로우스테디클럽이라는 브랜드 고유의 목소리로써, 「SSC 서체」가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체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보기]

― 슬로우스테디클럽 서체 상세 보기 ➲ FONCO

― 슬로우스테디클럽 서체 디자이너 박현준 인터뷰 ➲ yoondesign-m.com

― 슬로우스테디클럽 공식 사이트 ➲ slowsteadyclub.com

― 슬로우스테디클럽 인스타그램 ➲ @slowsteady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