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3.

『타이포그래피 서울』 리브랜딩 이야기

윤디자인그룹이 운영하는 『타이포그래피 서울』(TS, typographyseoul.com)이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2011년 겨울 문을 연 TS는 ‘타입·타이포그래피 전문 온라인 매체’를 표방하며 10년 넘게 독자 여러분과 만나고 있는데요. 국내외 디자이너와 스튜디오 인터뷰, 흥미로운 디자인 이야기 등 지금까지 1,500건에 달하는 콘텐츠가 축적된 매체입니다.

 

TS는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고, 이와 연계하여 사이트 디자인까지 새롭게 개편했습니다. 지난해 가을 윤디자인그룹 사이트(yoondesign.com) 재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매뉴얼 그래픽스(manuale.co.kr)’가 TS 리브랜딩 프로젝트도 함께했습니다.

※ 더 보기 ➲ 윤디자인그룹 홈페이지 리뉴얼 스토리(ft. 전지적 담당자 시점)

 

TS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2022년 6월 시작하여 2023년 1월 사이트 리뉴얼 오픈과 함께 종료되었습니다. 반년 넘는 시간이 소요된 셈인데요. TS 운영진이 직접 긴 후기를 남겼습니다. TS 같은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는, 또는 앞으로 운영할 실무자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듯합니다.

 

아래 소개할 TS 리브랜딩 프로젝트 후기는 본래 2부작으로 작성된 글을 한 편으로 요약한 것입니다. 전체 글은 TS 사이트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TS 리브랜딩 프로젝트 전문 보기 ➲ 1부 / 2부

 

 

TS 인트로 화면 / 웹과 모바일

 

 

2022년 6월. 킥오프 미팅 / 2022년 7월. 브랜드 분석

 

TS 운영진은 2020년부터 매체 리브랜딩을 구상했다. 기획안을 준비함과 동시에 프로젝트 본격화 전까지 TS 파트너즈(2020년 여름부터 시작한 2030 크리에이터 그룹 운영 제도. 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등 100인 내외 인원을 모집하며, 1년 단위 기수제로 운영한다. 2023년 2월 현재 3기가 활동 중이다.)를 대상으로 몇 차례 설문 조사도 실시했다. 킥오프 미팅 후 TS 운영진은 리브랜딩 기획안 및 사이트 개편안, TS 파트너즈 설문 조사 결과를 기초 자료로 매뉴얼 그래픽스에게 제공했다.

 

TS 애독자들이라면 눈치를 챘을 텐데, 우리 매체는 2020년을 기점으로 신진 디자이너와 스튜디오, 디자인 교육가를 꾸준히 소개해 오고 있다. 북리뷰 도서를 선정할 때도 인기 대중서들의 뒤편에 가려진 양서들을 우선순위로 찾는다. 이른바 디자인계 인플루언서가 아닌, 묵묵히 정성껏 자기 존재를 입증하는 작업·작업자에게로 시선을 집중한 결과다. 그들을 알아보고 알리는 일을 TS의 과업으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매체 방향성을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담고 싶다, 라는 의견을 매뉴얼 그래픽스에게 전달했다.

 

요컨대 브랜드 분석은 킥오프 미팅 때 진행한 심층 인터뷰(매뉴얼 그래픽스가 TS 운영진을 인터뷰했다)와 기초 자료, 그리고 매뉴얼 그래픽스의 내부 학습 결과를 총체적으로 포괄하여 이루어졌다. 아래 내용은 매뉴얼 그래픽스가 작성한 ‘TS 브랜드 분석’ 문서의 일부다.

 

 

TS 운영진 심층 인터뷰 분석 / ⓒ 매뉴얼 그래픽스

 

TS 파트너즈 설문 조사 분석 / ⓒ 매뉴얼 그래픽스

 

제작사 자체 분석 / ⓒ 매뉴얼 그래픽스

 

브랜드 분석 결론: TS 리브랜딩 방향성 / ⓒ 매뉴얼 그래픽스

 

 

2022년 8월. BI 및 사이트 디자인 1차 시안 완성

 

6~7월 브랜드 분석을 거쳐 8월에 BI 및 사이트 디자인 1차 시안이 나왔다. BI 시안은 A, B, C, 세 가지였다. TS 발행사인 윤디자인그룹의 임직원들에게 선호도 투표를 했다. 최다 득표 후보는 B안. 이 안을 발전시켜 최종안이 만들어졌다.

 

 

TS 새 BI 시안 세 가지 / © 매뉴얼 그래픽스

 

로고타입 및 심벌 초안(B안)이 최종안으로 다듬어진 과정 / ⓒ 매뉴얼 그래픽스

 

TS BI 가이드 / ⓒ 매뉴얼 그래픽스

 

 

사이트 디자인 작업은 8월 첫 시안을 바탕으로 10월까지 진행되었다. 초기 안과 최종안의 차이가 제법 큰 편인데, 간단없는 수정들의 결과다. 처음에는 좋아 보였던 것이 이제 보니 아쉽고, 지난번에 빼기로 했던 것이 다시 생각하니 필요하겠다 싶고, 줄곧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갑자기 떠올라 황급히 추가 작업을 하고, ⋯⋯.

 

이번 TS 사이트 디자인의 간판이라 할 만한 것이 T/S 모드 전환이다. 인트로, 메인 페이지, 상세 페이지 어디서든 모드 전환 버튼을 눌러 T 모드 또는 S 모드로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리브랜딩과 맥을 같이하는 디자인 요소다. T/S 모드 전환은 매뉴얼 그래픽스의 제안이었다. 킥오프 인터뷰 때 TS 운영진 중 한 명이 농담조로 던졌던 말을 진지하게 받아준 것이 아닌가 싶다.

 

매뉴얼 그래픽스: “『타이포그래피 서울』, 줄여서 TS라는 매체명 또는 브랜드의 인지도는 어떻다고 보나?”
TS 운영진: “아무래도 2011년부터 10년 넘게 사용해 온 이름이니, 친밀감이랄까 익숙함이랄까 그런 이미지는 구축되어 있는 것 같다. 다만⋯ ‘TS’ 하면 ‘TS 샴푸’가 연상될까 봐 걱정이다.”(웃음)

 

농반진반의 이 얘기가 디자인 전략상 스트라이크 존에 날아가 꽂혔다는 것을 T/S 모드 전환 시안을 보고 알았다. ‘TS’라는 명칭 자체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선명하게 심고, 이것이 사이트에 전면적으로 부각되도록 했다, 라는 게 매뉴얼 그래픽스의 설명이었다. T 모드, S 모드 각각의 미세한 디자인 수정은 있었으나, T와 S를 별도의 모드로 구분하는 개념과 맥락은 처음 안 그대로 유지되었다.

 

 

T/S 모드 전환 초기 시안

 

 

2022년 10월 ~ 2023년 1월. 콘텐츠 이관 작업

 

TS 사이트 개선안의 주요 항목은 아래와 같이 네 가지였다. 이 ❶·❷·❸·❹ 항목은 TS 파트너즈 대상 설문 조사와 독자 의견, 그리고 TS 운영진 내부에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요구안이었다. ❹의 경우는 앞 단락에서 언급한 T/S 모드 전환과 연계되므로 굳이 부연하지 않고, 여기서는 ❶·❷·❸ 항목만을 다루기로 한다.

 

❶ 콘텐츠 노출 체계 개편: 콘텐츠가 많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디에 무슨 콘텐츠가 있는지 안 보인다.

❷ 인터뷰이 및 시리즈(연재 칼럼) 필자별 검색 기능 강화: 인물이 특정되는 콘텐츠들이 많은데 인명 색인이 없어 찾아 보기 힘들다.

❸ 스토어 페이지 손질: 폰트 마켓 폰코(FONCO)와의 연동 불안정

❹ 매체 아이덴티티 부여: TS만의 얼굴과 표정이 없다.

 

TS는 2011년 문을 연 온라인 디자인 매체다. 사이사이 운영진 교체가 있었고, 1년 남짓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폐쇄 조치는 없었다. 어쨌든 1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 온 셈이다.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하며 콘텐츠 축적량을 헤아려보니 약 1,500건이었다. 이 더미를 한 건 한 건 다시 업로드를 해야 했다. ❶·❷·❸을 위해서였다.

 

❶ 콘텐츠 노출 체계 개편 ➲ 아카이브 페이지 신설

❷ 인터뷰이 및 시리즈 필자별 검색 기능 강화 ➲ 인명·시리즈명 태그 색인 추가

❸ 스토어 페이지 손질 ➲ 페이지 구조 판 갈이

 

새로 구조화한 검색망에 콘텐츠들이 알맞게 걸려들고, TS 스토어 페이지와 외부 사이트인 폰코 간 연동을 안정화하려면 전체 콘텐츠 재업로드가 필수였다. 사이트 개편과 더불어 서버 교체도 병행한 터였다. 이 서버의 데이터를 저 서버로 단순히 일괄 이관할 경우, 새 사이트의 재편된 구조와 충돌이 일어날 것이었다. 기존 콘텐츠의 텍스트와 이미지 배치가 어그러진다거나, 검색 기능 구현용 개발 코드 삽입이 어려워진다거나 하는 문제점들이 예측되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방식을 택했다. TS 운영진이 수작업으로 한 건 한 건 1,500건가량을 새 사이트에 재업로드(재발행)하기. 2022년 10월부터 이 작업에 돌입했고, 사이트 오픈이 목전이던 2023년 1월 초순에야 끝마쳤다. TS 발행사 윤디자인그룹의 인턴 직원들, 그리고 아르바이트 작업자의 공조 덕에 가까스로 기한을 맞출 수 있었다.

 

 

TS의 모든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 아카이브 페이지

 

인터뷰 페이지의 색인 검색 기능, 골라 보기

 

시리즈 페이지의 골라 보기

 

폰코와 연동된 스토어 페이지

 

 

남은 과업: 과거의 현재화

 

온라인 매체는 오프라인 매체처럼 ‘과월’이나 ‘절판’ 개념을 갖지 않는다. 10년 전 발행된 콘텐츠가 검색만 잘 된다면, 그 콘텐츠는 여전히 매체의 현재 시제로서 대중에게 각인된다. 그래서, 매체 리브랜딩을 마친 TS에게는 큰 과업이 남았다. 2011년부터의 모든 콘텐츠들을 재편집하는 일이다.

 

 

2011년 오픈 당시 TS 메인 페이지
2023년 새단장한 TS 메인 페이지(T 모드)

 

 

이번 리브랜딩을 진행하는 동안 ‘TS 편집 매뉴얼’ 또한 버전업이 시급함을 절감했다. 1,500건가량 되는 모든 콘텐츠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문장 부호가 불규칙적으로 쓰인 사례들―전시 제목 표기 시 작은따옴표(‘’), 큰따옴표(“”), 홑낫표(「」), 화살괄호(〈〉)가 혼용된 것과 같은 사례들을 적잖게 발견했다.

 

현재 TS 운영진은 새 편집 매뉴얼을 기초로 하여 날마다 조금씩, 2011년부터 거슬러 올라오며 한 건 한 건 콘텐츠들을 재편집하고 있다. 10여 년치 1,500가지 과거의 현재화. 남은 과업을 이렇게 명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