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3.

‘2020 미국 대선’ 트럼프 vs. 바이든, 타이포그래피 맞대결!



제46대 미국 대통령은 누가 될까요? 미국 대선 방식은 우리나라와 많이 달라요. 일반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해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거든요. 현지 시간으로 11월 3일, 미국 50개 주 유권자들은 우선 각 주별 ‘선거인단’을 선출합니다. 이렇게 구성된 선거인단 538명이 12월 14일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를 치르죠.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가 당선되지만, 미국은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승리하게 됩니다.


2020 미국 대선은 양자 구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현 대통령의 재집권이냐, 제47대 부통령 출신 조 바이든(Joe Biden)의 새 정권 창출이냐, 라는 ‘vs’ 국면이 볼거리(?)죠. 또 하나 관전 포인트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타이포그래피’! 이번 시간엔 2020 미국 대선을 더욱 뜨겁게 달군 다양한 타이포그래픽 메시지(typographic message)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두 대선 후보의 굿즈 타이포그래피 비교


우선,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의 선거 캠프 사이트를 구경해볼게요. 다 볼 수는 없고 굿즈만 한 번 비교해보겠습니다. 미국 대선 후보들은 다종다양한 굿즈를 활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는데요. 그래서인지 타이포그래피가 대단히 도드라집니다. 





바이든 캠프의 슬로건과 굿즈 / 출처: 바이든 캠페인 사이트


미국의 대선 캠프는 일반적으로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의 이름을 병용해 캠페인 슬로건으로 삼습니다. 조 바이든의 경우는 ‘바이든/해리스’인데요. 조 바이든과 카말라 해리스를 뜻하죠. 굿즈를 주~욱 살펴보니, 모자부터 물컵, 뱃지, 양말, 마스크, 그래픽 포스터, 티셔츠까지 다종다양하군요. 모든 굿즈에 동일한 서체가 반복적으로 사용됐는데요. ‘Decimal’이라는 산세리프체와 ‘Mercury Text’라는 세리프체입니다. 이 두 폰트는 바이든 선거 캠프의 공식 전용글꼴이에요.(이 얘기는 다음 단락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조 바이든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버니 샌더스죠. 'Not Me, US'라는 슬로건을 표방했었는데요. 그가 내놓았던 굿즈도 살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대선 후보 경선 때 조 바이든과 접전을 벌였던 민주당 버니 샌더스의 굿즈

/ 출처: 샌더스 캠페인 사이트



다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캠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이름을 넣은 ‘트럼프/펜스’라는 타이틀을 앞세우고 있네요. 트럼프 캠프의 폰트는 ‘Berthold Akzidenz-Grotesk’와 ‘FF Meta Bold’입니다. 


트럼프 진영의 슬로건 

출처: [위] WikimediaCommons [아래] Luc.Devroye.org



트럼프 캠프 굿즈 / 출처: 트럼프 캠페인 사이트


모자, 커프링크, 다이어리, 에코백 등등 굿즈 굿즈 구성이 다채롭네요. 트럼프는 지난 대선과 현재 대선 때 동일한 캠페인 슬로건을 사용하는데요.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문구죠. 미국에선 ‘MAKE AMERICA WHITE AGAIN’으로 조롱당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우월주의적 성향과 정책을 비꼰 것이죠.





“Typography for Biden”

created by Hoefler & Co.


올 7월 조 바이든 진영에서 ‘Decimal’과 ‘Mercury Text’라는 폰트를 선보였습니다. 선거 캠프 전용 폰트인데요. 유권자들에게 배포하는 각종 그래픽 및 영상 선전물에 대대적으로 쓰였죠. 이 폰트를 개발한 곳은 ‘Hoefler & Co.’입니다.


Typography for Biden / 출처: Hoefler & Co.



‘Hoefler & Co.’는 본래 ‘Hoefler & Frere-Jones’였습니다. 타입 디자이너이자 공동 설립자인 조너선 호플러(Jonathan Hoefler)와 토비아스 프레레 존스(Tobias Frere-Jones)의 이름을 딴 것이었죠. 그런데 둘 사이의 불화로 지금은 조너선 호플러 혼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명도 바뀐 것이고요.



바이든 캠프 공식 서체 'Decimal' / 서체 보기


바이든 캠프 공식 서체 ' Mercury Text ' / 서체 보기



‘Hoefler & Co.’는 국내 타입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꽤 이름난 스튜디오예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을 위한 폰트 ‘Gotham’의 판매사로도 유명합니다. ‘Gotham’을 디자인한 인물은 토비아스 프레레 존스고, 소유권은 ‘Hoefler & Co.’에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스튜디오는 오바마에 이어 바이든 지지 선언을 한 셈인데, 확실한 ‘민주당파’인가 봅니다.


올해 1월 ‘Hoefler & Co.’ 사이트에 게시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헌정 페이지



“Vote Like You Mean It”

created by Hatch Show Print


‘Hatch Show Print’는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에 위치한 레터프레스(letterpress) 숍입니다. 1879년 문을 열었다고 하니, 무려 140년 이상 인쇄기가 멈추지 않은 셈이죠.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지역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2일(현지 시간) 내슈빌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트럼프와 바이든의 마지막 대선 토론(presidential debate)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죠.

* 관련 기사 및 영상 보기: FOX 17 NEWS



Vote Like You Mean It 티셔츠 / 출처: Hatch Show Print



특히 최근에는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프린팅 티셔츠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Vote Like You Mean It’이라는 타이포그래픽 메시지가 새겨진 옷인데요. 우리말로 옮기면 ‘진심을 다해 투표하자’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 Hatch Show Print 인스타그램: @hatchshow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