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4.

‘CI가 가진 힘’ 뇌리에 남는 기업의 이미지성에 대하여



여러분은 스타벅스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많은 분이 커피, 스낵보다는 초록색과 긴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 인어, 즉 스타벅스의 CI가 가장 먼저 떠오를 거예요.


이처럼 사람들은 기업의 이름을 들었을 때 판매 제품보다는 기업의 CI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회사나 제품을 글자가 아닌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CI는 ‘회사의 얼굴’이라고 불리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앞에서 언급한 스타벅스도 사실 처음부터 대중에게 사랑받는 커피숍은 아니었습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어, 사이렌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스타벅스의 CI는 처음 선보였을 때 굉장히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고 해요. 갈색 바탕 위에서 상반신을 드러내고 웃고 있는 사이렌이 외설적으로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 매춘부를 뜻하는 ‘슬럿(Slut)’이라는 단어와 결합하여 ‘슬럿벅스’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고 하니까요. 해외 진출을 위해 스타벅스는 사이렌의 노출을 줄이고, 산뜻한 녹색으로 CI를 변경하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커피 브랜드가 되었죠.



스타벅스 로고 변천사, 출처: money.cnn.com(바로 가기)



이렇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CI. 하지만 아직도 CI와 BI, 그리고 Logo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역할을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CI·BI·Logo 정의


CI는 ‘Corporate Identity’의 약자로 기업 정체성을 뜻하는데요, 기업의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운영, 관리하기 위한 시각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회사의 이념을 이미지화하여 직원들 간의 유대감 증대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 미래의 모습 및 전략 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BI는 ‘Brand Identity’의 약자로,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생성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인데요, 제품 및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마케팅 효과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이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휴대전화 ‘갤럭시’는 삼성에서 출시한 휴대전화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이지요. 


Logo는 사실 위의 아이덴티티를 정의할 때 사용되는 것이었습니다. 추상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심볼 타입’과 서체를 활용한 ‘로고 타입’으로 나뉘는 것에서 온 것인데요, 현재는 CI와 BI, 혹은 심볼 타입과 로고 타입 모두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닮아있는 유기적인 아이들, CI·BI·Logo에 대해 조금은 감이 잡히셨나요?


여기서 잠깐! 저희 윤디자인그룹 또한 비주얼 브랜딩의 일환인 폰트 디자인 외 네이밍, 로고 디자인 등과 같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을 하고 있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유수의 기업 및 브랜드들과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VMD, 이벤트, 캠페인, 광고 등 브랜드 경험을 아우르는 토탈 디자인&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로고의 종류


위의 짧게 언급한 ‘로고’는 총 4종으로 나뉘어 집니다. 심볼 타입에 포함되는 심볼 마크, 시그니처, 엠블럼, 그리고 로고 타입에 포함되는 워드 마크가 있습니다. 


우선 워드 마크는 기존에 있던 타입을 변형시켜 브랜드 고유의 형태를 만드는 것인데요, 코카콜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워드 마크의 가장 큰 장점은 브랜드 네임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약하게 느껴질 수가 있기에 어떻게 형태를 변화시키느냐가 관건이겠죠? 무조건 특이하고 돋보이게 하는 것보다 회사의 이념과 이미지, 비전 등을 잘 고려해 어떻게, 그리고 얼마큼 변형을 할지 정해야 합니다. 


심볼 마크는 시각적 이미지로 브랜드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인데요, 타입으로 브랜드나 회사 이름을 노출하지 않아도 대중이 인식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애플과 나이키. 심볼 마크는 주로 핵심적인 상징을 이미지로 표현한 형태가 많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종종 있습니다. 


시그니처는 워드 마크와 심볼 마크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인데요, 워드 마크와 심볼 마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브랜드 네임과 상징을 강력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시그니처는 심볼 마크와 워드 마크의 위치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펩시와 아디다스가 있습니다.  


로고의 마지막 종류, 바로 엠블럼입니다. 시그니처와 같이 심볼 마크와 워드 마크가 함께 사용되는데요, 시그니처와 다른 점은 바로 그려져 있는 형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시그니처만큼 다양하게 사용되기는 어렵지만 시각적인 효과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베스킨라빈스와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CI의 역사


CI의 기원은 바야흐로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유럽에서 소유권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되던 상인 조합의 상징, 머천트 트레이드 심벌(Merchant Trade Symbol)이 현재 아이덴티티의 원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후 1907년 독일에 있는 세계 최대 전기 제품 공장이었던 AEG사에서 사용한 CI가 근대적 의미에서 최초의 CI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이 당시 CI 디자인을 맡았던 공장 총지배인인 에밀 라테나우(Emil Rathenau)는 최초의 산업 디자이너로 여겨지는 사람인데요, 그는 공장 건축 디자인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모든 시각적인 것을 디자인해 통일감 있는 회사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AEG는 2000년에 회사 CI를 변경했어요. 에밀 라테나우의 필체를 본 따 만들었다고 합니다.


[좌] 에밀 라테나우가 디자인한 AEG CI [우] 2000년 에밀 라테나우의 필체를 본 따 재 디자인된 AEG CI

출처: www.logoorange.com(바로 가기)



세계대전 이후에는 디자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실무에 투입되고, 다국적 기업의 성장과 기업 합병의 증가로 CI·BI가 재조명되어 새롭게 디자인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의 크기와 전망을 더욱 잘 나타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 1947년,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이라는 회사명을 쓰고 있던 IBM은 심볼과 회사명을 명쾌하고 시대성이 있는 IBM으로 변경하고, CI에 기업의 이미지 변신과 회사의 변화를 모두 담아내었는데요, 지금까지도 근대적 기업 CI의 성공적인 예로 불리고 있습니다.


1947년 처음 디자인된 IBM CI, 시티 미디움체를 사용한 것이 특징, 출처: logos.wikia.co(바로 가기)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에 대기업과 은행에서 CI가 도입되었고, 1980년대에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많은 기업에서 CI 디자인이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재미로 보는 CI 변화


영국에서 더 로고 스미스(The Logo Smith)라는 그래픽&로고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그라함 스미스(Graham Smith)는 2011년에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했습니다. 바로 ‘브랜드 리버션(Brand Reversion)’인데요, 같은 사업군의 회사, 제품의 CI·BI 속에 기업·제품의 이름을 바꿔치기한 것입니다. 다소 엉뚱하지만 우리의 CI·BI에 대한 시각적 인지를 깨닫게(?) 해줄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우리의 시각적 인지능력에 대해 알아보자고요~ ;-)



출처: www.imjustcreative.co.uk(바로 가기)


출처: www.imjustcreative.co.uk(바로 가기)



코카콜라와 펩시의 변신!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무심하게 그냥 지나갈 것만 같지 않나요? ^^



출처: www.imjustcreative.co.uk(바로 가기)


출처: www.imjustcreative.co.uk(바로 가기)



사과에 한 입 베어 문 자국이 안드로이드 심볼에 들어가 있습니다. 대신 한입 베어 물린 안드로봇. 애플에서 ‘애정’하던 폰트, 미리아드가 아닌 아이폰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BMW 심볼에 들어간 AUDI 타입, 출처: www.imjustcreative.co.uk(바로 가기)


도미노피자 심볼 위에 적힌 피자헛 타입, 출처: www.imjustcreative.co.uk(바로 가기)



그라함 스미스의 작업, 어떻게 보셨나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인식하고 있는 로고의 세계가 조금은 재미있게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접하게 될 다양한 CI·BI에 대해 나름의 평가와 시각을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