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그리는 젊은 작가 신재호의 첫 개인전 <불안한 놀이(An Uneasy Play)>가 윤디자인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5월 20일(금)부터 27일(금)까지, 일주일간의 이번 전시는 윤디자인그룹의 아티스트 발굴·지원 프로젝트 ‘에잇피트(8FEAT)’ 릴레이 전시 열 번째 순서입니다. 큰 교통사고를 겪은 뒤부터 현대인들의 불안 심리에 천착해왔다는 작가는 전시명에도 ‘불안’이라는 열쇳말을 넣었습니다. 작가 노트에는 “나약한 나라는 존재는 내 과거의 지우고 싶은 기억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 모습과 그걸 숨기려하는 또 다른 내 모습”, “우린 지금도 늘 집밖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지닌다” 같은 ‘불안한’ 문장들이 적혀 있습니다.
8FEAT
재능 있는 신진 작가 및 기존에 숨어 있던 빼어난 작품을 발굴하여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윤디자인그룹의 프로젝트. 'feat'의 사전적 정의는 '뛰어난 솜씨', '위업'이며 숫자 '8'은 무한대(infinity) 기호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의미를 품고 시작한 '8FEAT'는 디자이너에게 심플하고 완벽한 온라인 포트폴리오 플랫폼을 제공하고, 윤디자인 갤러리에서의 오프라인 전시를 지원합니다.
▶ 8FEAT 홈페이지 바로 가기: http://www.8feat.com/
그때는 네가 참을 수 없는 가해자였는데
지금은 내가 너의 참을 수 없는 가해자
그렇게 소중한 인연이 어긋났네
_ 조용미 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중
<불안한 놀이>의 정서를 체감하는 데 어쩌면 위 시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재호 작가는 “초반 작업이 당하는 입장에서 보는 시각이라면, 현재 작업은 가해자 시각에서 바라본 입장”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데요. ‘불안한 놀이’라는 전시 제목은 타인을 가해할 때, 즉 타인을 불안하게 만들 때 가해자의 입장에선 그것이 ‘놀이’처럼 여겨질 수 있으며, 또한 그 놀이의 주체는 타인을 불안하게 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스스로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관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출구가 필요해>
45.7x53.2, 한지에 먹과 색, 2010
<갇혀 있는 자>
73x91, 한지에 먹과 채색, 2012
<독점>
73x91, 한지에 먹과 채색, 2012
<그것을 들은 이상 너도 나랑 함께 가야 해>
45.7x53.2, 한지에 먹과 색, 2009
전시작들에는 공통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치와와인데요. 나약한 인간상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합니다. 지하철 객실, 에스컬레이터, 방송실, 갤러리 같은 공공장소부터 화장실이나 다리 밑처럼 사적이고 고독한 공간까지, 치와와는 혼자 또는 여럿이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팬티에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직립한 모습은 애완견마냥 잘 길들여진 사람, 혹은 말 그대로 ‘개 같은’ 사람으로 보입니다.(티셔츠에 적힌 ‘Jebs’는 신재호 작가의 닉네임이라고.) 귀에 이어폰은 꽂았는데 잭은 지하철 객실이나 에스컬레이터의 콘텐트에 연결되어 있고, 혹은 공중에 떠 있기도 합니다. 이어폰은 음악을 듣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귀를 막아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걸까요. 치와와의 모습에 대해 미술평론가 김보라 씨는 “아이도, 성인도 아닌 어중간한 과정”이자 “소통 불능 상태에 놓여 있는 단절된 개체”라고 규정하며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과연 어른은 성숙한 존재인지 묻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반복된 자>
53.2x45.7, 한지에 먹과 색, 2010
<빨래하기 좋은 날>
90.9x72.7, 장지에 아크릴, 2016
신재호 작가는 누군가에게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이 마치 “옷을 다 벗고 길거리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하는데요. 더군다나 <불안한 놀이>는 자신의 첫 번째 개인전이기에, 시각적 표현과 주제의식 측면에서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고민의 총합은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직접 전시장에 오셔서 확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전시 정보
8FEAT ARTIST - 동양화 작가 신재호 개인전 <불안한 놀이>
∙ 기간: 2016년 5월 20일(금)~27일(금)
∙ 장소: 윤디자인 갤러리 ▶ 찾아 오시는 길
∙ 주최/주관: 8FEAT, 윤디자인그룹
∙ 관람 시간: 평일 10:00~18:00 / 공휴일∙주말 11:00~17:00
∙ 관람 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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