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1.

당신이 상상하지 못하는 페북지기의 완벽한 하루, ‘나는 페북지기다!’


[이 세상 모든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들에게 바칩니다. 동감하실지는 모르겠지만요. ^^;]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이게 뭐냐고요? 제 알람소리입니다. 벌써 6시인가보네요. 서른 살 때부터 제 알람은 쭈욱~ 故김광석님의 '서른 즈음에'. 그런데 저 노래, 서른 번 즈음 들어야 눈이 떠집니다. 그럼 알람 소리를 바꾸지 그러냐고요? 사연 있는 노래라 쉽게 바꿀 수가 없어요. 전 오늘도 '서른 즈음에'를 서른 번쯤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AM 06:00 발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칫솔질 시간



벌떡! 일어 났으면 좋겠지만 어제도 늦게까지 기획안 작업을 하느라 몸무게보다 100배는 무거운 것 같은 피로를 등에 업고 일어나,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로 향합니다. 페북지기의 생활이란 화장실에서부터 시작되거든요. 한 손에는 스마트폰, 다른 한 손으로 칫솔을 들고 누구보다 먼저 페이스북 트렌드를 파악하려는 눈알(?) 굴림과 함께 폭풍 칫솔질 중입니다.


AM 06:40 본격 페북지기로 변신


전철을 타자마자 내일 올릴 게시물의 주제를 생각합니다. 회사까지 이동 중인 2시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않으면 회사에 도착해서 머리털을 뽑고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생각 중이에요. 말 시키지 마세요.



"아! 재미없어!!" 


옆 사람이 쳐다봅니다. '저 사람 분명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데... 이렇게 작게 말한 소리가 들리나? 노래 안 듣니?' 대충 생각난 아이디어가 담긴 뇌세포가 죽기 전에 노트에 얼른 적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기대하며 약 먹은 닭처럼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AM 08:30 출근 완료


2시간의 출근길이 나에게 준 것은 이미 반나절을 일한 것 같은 농도 짙은 피로감. PC의 전원을 누르며 부러움을 느낍니다. '내 뇌는 이미 부팅이 되고도 한참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넌 전원을 누름과 동시에 힘차게 돌아가는 CPU를 가졌구나!'하고요. 아! 갖고 싶다. 인텔코어 i7 CPU!!


부러움을 느끼는 시간은 단 5초,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오전 콘텐츠 발행을 해야 하거든요. 발행과 동시에 ‘좋아요’ 알림이 쉴새 없이 뜨는 순간의 짜릿함, 이 순간을 전 '터졌다!'라고 표현하죠. 이 짜릿함이 페북지기로의 삶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듭니다. 낚시대가 아닌 키보드로 전해오는 손 맛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 손맛을 놓친 날엔 '아~ 감 떨어졌어!'라며 좌절하게 되죠. 오전 발행은 무사히 끝난 것 같습니다. 이제 출근 길에 못 다한 일을 해야겠네요. 오늘 오전에 내일 올릴 콘텐츠 아이디어를 다 떠올리지 못하면, 오후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든요. 발행 스케줄 표를 꺼내서 키보드 옆에 두고 다시 생각 시작.


AM 10:00 이벤트는 어려워



오래 생각 할 시간이 없네요. 지난주 이벤트 참여자를 정리해야 하고 경품을 주문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다음주에 시작될 이벤트의 시안작업도 남아 있군요. 우선 결제 서류를 후다닥 해치우고 지난주 이벤트 참여자가 몇 명인지 확인을 합니다. 이순간,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죠. '이벤트 대박!!'과 '언제 정리 다 하지?' 그래서 이벤트와 관련된 일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처음 이벤트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오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압박, 이미지 시안 작업, 클라이언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이벤트 종료 후 참여자 정리와 당첨자 선정, 그리고 경품 발송까지. 음, 아침부터 두통이.. 이 오만 가지 걱정을 뒤로 하고 일단 단순 노동을 시작해야겠습니다. 


PM 12:00 점심시간


드디어 점심시간, 좀 쉽시다! 밥 좀 먹고 다시 쓸게요~



PM 01:00 콘텐츠 제작의 시간


오전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을 모아 콘텐츠 제작에 힘 써야 하는 시간입니다.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한계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아옵니다. 그래도 이런 한계 속에서 매일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참 매력적이기도 하죠. 오늘의 할 일은 만들기, 기업의 캐릭터 소품 만들기와 촬영, 텃밭 가꾸는 모습 영상 촬영입니다. 그럼 차근차근 하나씩 시작해볼까요?


::만들기 시작::



작업하는 내내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참 많은 걸 만들었습니다. 이거 다 모아서 공방 하나 차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런데, 이거... 사람들이 좋아라 해줄까요?


::캐릭터 소품 만들기와 촬영::



보통 기업 페이스북에는 그 기업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죠. 제가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건강한 식습관을 표방하고 있어요. 그래서 과일들을 캐릭터로 잡아 스토리를 만들고 있죠. 오늘은 소품을 만들어서 스토리를 입혀낼 예정입니다. 


::텃밭일기 사진 촬영::



한 달 전부터 사무실에 텃밭을 만들어 가꾸고 있어요. 물론 제가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기업을 대표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긴 했죠. 하지만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기업을 이용한 것은 아닙니다. 절대! (제 아이디어였거든요.) 너무 강하게 부정했나?! ^^; 오늘 촬영의 컨셉은 텃밭에 물을 주는 거예요.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물 뿌리개가 없네요. 급하게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페트병 바닥에 구멍을 뚫어서 물뿌리개 완성! 이제 사진 좀 찍어볼까요?


PM 03:00 띵가띵가~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을까요? 벌써 오후 3시네요. 그럼 이제 기타를 들고 노래 한 곡 뽑아볼까요? 근무 시간에 뭐 하는 건가 하시겠지만 엄연한 업무랍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있었어요. 텃밭 옆에 앉아서 노래 부르는 영상을 제작해달라는. 절대 노래가 부르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닙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다음주면 제 노래 실력이 만천하에 까발려지겠네요. 당분간 외출은 삼가야 할 것 같습니다.


PM 04:00 이제 원고를 디자이너에게 넘길 시간


이미지 촬영이 끝났다고 콘텐츠가 다 만들어진 건 아니에요. 원고를 작성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는 이 원고에 달려있어요. 재미있는 이미지의 구성과 임팩트있는 텍스트, 그리고 센스가 담긴 다섯 줄의 글이 필요한 순간이죠. 이 정해진 프레임을 자유롭게 표현하 는 능력이 페북지기의 진짜 실력! 원고를 빨리 넘기고 어제 밤 잠을 설치게 만든 기획안 작성을 계속 해야 합니다. 일주일에 기획안 몇 개를 쓰는지 원...


PM 06:00 퇴근이다!


공육시, 퇴근! 이었음 좋겠지만 오전에 다 못한 일이 남아있어요. 이벤트 참여자를 정리해야 합니다. 당첨자도 선정해야 하고요. '확! 퇴근해버리고 내일 할까?' 하다가도 내일은 내일의 스케줄이 있으니 오늘 다 끝내고 가야겠어요. 2시간을 더 작업 하고서야 겨우 사무실을 빠져 나와 집에 가는 전철에 몸을 구겨 넣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일찍 집에 가네요. ^^;;


여기서 끝인 줄 알았죠? 그렇지 않아요. 페북지기의 일은 무궁무진하니까요. 모레 블로그에 올라 갈 글을 작성해야 하거든요. 다시 말하면 퇴근 후엔 재택근무가 시작되는 거죠. 


PM 11:00 블로그 원고 작성 시작


불 꺼진 방 안에서 조용히 노트북 전원을 켜고 블로그 발행 원고 작성 시작! 3시간이 흐른 뒤에야 원고 초안 완성! 이제 정말 자고 싶다... 자고 싶다... 자고 싶다고... 중얼거리며 스멀스멀 침대로 향합니다. 눈 감자마자 레드썬! 정신이 몽롱해지는 가운데, 문득 든 생각, '아~저녁에 댓글 안 달고 퇴근했다...ㅠㅠ'....드르렁~zzZ



페북지기의 하루가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사실 더 많은 일들이 중간중간 생기곤 해요. 이벤트 당첨자에게 전화가 와서 경품 못 받았으니 다시 보내달라는 것부터 원고 수정을 요청하는 클라이언트의 전화까지. 그래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주말에도 재택근무를 하기 일쑤죠. 잔업이 많은 직업이기에 제 시간을 즐길 틈이 별로 없어요. (ㅠㅠ)


여기서 잠깐! 제 알람이 왜 '서른 즈음에'였을까요? 노래 가사처럼 하루하루 생각할 틈 없이 멀어져 가기 때문입니다. 전 아직 청춘인데 말이죠. 그래서 한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여러분이 ‘좋아요’한 기업 페이스북의 페북지기에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애정 어린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주세요. 여러분의 좋아요 하나가 페북지기들에게는 큰 힘이 되니까요. ^^ 그럼 전 다시 아이디어를 짜내러 갑니다! 즐거운 페북 생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