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25.

[퇴근하고 뭐할까? 제1탄] 목소리로 만드는 책,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도서 제작

 

 

 

여러분은 퇴근하고 무얼 하시나요? 누군가는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밀린 잠을 자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퇴근 후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시간을 조금 색다르게 보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퇴근하고 뭐할까?’ 시리즈!

 

 

일주일에 한 번, 하루 두 시간, 여섯 달여의 시간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완성됩니다. 어떤 책일까요? 소설책이나, 시집 혹은 독립 잡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책의 성격이 좀 다릅니다. 목소리로 쓴 책, 시각장애인 ‘녹음 도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녹음 도서란?

  


출처 /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시각 장애인이 읽는 책은 촉각, 점자, 확대 도서 등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 점자 도서입니다. 시각장애인 대부분은 선천적 원인보다, 건강이나 사고 등 후천적 요인으로 시력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게 될 경우,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을 겪게 되지요. 거기에다 점자를 익히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 독서를 포기하거나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녹음 도서는 책의 내용을 음성화한 것을 말합니다. 다른 도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을 텐데요, 모든 내용을 소리로 듣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낭독자에게는 책의 모든 내용(따옴표나 쉼표 같은 문장 기호)을 목소리로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평소와는 다른 독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목소리로 하는 재능 기부, 낭독 봉사!

 

출처 /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그래서 목소리가 좋아야 하거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표준어를 구사하고, 끈기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실제로 전문 아나운서나 성우도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봉사자들의 비중이 더 높은 편입니다. 제작하는 책에 비해서, 목소리로 나눠줄 사람들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출처 /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낭독 봉사자 모집은 대부분 수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의 경우 매월 초 선착순으로 낭독 봉사자 신청을 받고 있으니, 공지사항에 주목해주세요! 신청이 완료되면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과 낭독 테스트 거쳐, 최종 봉사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낭독 테스트는 지정된 도서를 읽는 것으로, 정확한 발음 구사와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 능력 등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낭독 봉사자가 되면, 바로 낭독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아직 아닙니다. 왜 시작하기 전에 끈기가 필요하다고 했는지 아시겠죠? ^^

 


출처 /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테스트 통과 후에는 삼 개월여 간의 연습을 거치게 됩니다. 녹음 도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책을 읽는 것이다 보니 그에 맞는 책 읽기 연습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낭독 봉사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기도 하지요. 봉사자가 중도에 포기해버리면 그 책을 다른 사람이 이어서 녹음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녹음 도서의 첫 부분에 책 제목, 저자명과 함께 낭독자의 이름이 들어가는 대목만 봐도, 녹음 도서에서 낭독자의 역할이 얼마큼 중요한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연습 낭독이 끝나면 드디어 녹음 대상 도서를 만나게 됩니다. 도서의 종류는 문학, 참고서, 문제집, 사회과학, 잡지 등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한 편입니다. 많은 분들이 문학, 특히 소설 작품 낭독을 많이 염두에 두지만, 그것들은 좀 더 전문적이고 실감나는 낭독을 위해 전문 아나운서나 성우 분들에게 양보하는 센스! 참고서나 문제집, 잡지는 사실 녹음 도서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서 역시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있어, 제작한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녹음 도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녹음한 후 카세트테이프로 제작해 배포합니다. 카세트테이프로 제작을 하는 이유는 시각장애인분들이 활용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디지털화된 기계들은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요. 그러다 보니 시각장애인분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사용하기 쉬운 카세트테이프로 제작합니다.

 

 

 

여러분도 낭독 봉사를 할 수 있습니다

 

낭독 봉사는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변사와 같다고 할까요. 세상에 나오는 많은 책 중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되는 책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책을 전달하는 일이니만큼 의미도 남다르겠지요.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어쩐지 어깨에 힘부터 들어가는 게 사실입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 몰두해야만 하는 큰일이라고 여기기 쉬운데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선뜻하기에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낭독 봉사는 퇴근 후의 저녁 시간을 조금만 투자하면 누구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섯 달 동안 일주일에 하루, 두 시간은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시간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고, 이 책을 읽을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 분명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낭독 봉사할 수 있는 곳

 

▶ 국립중앙도서관 (바로 가기)
한국 점자도서관 (바로 가기)
한국 시각장애인 복지관 (바로 가기)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