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4.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술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추천 ‘술 목록’


 

일을 아무리 잘해도 술 잘 못 하는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드는 바로 그 자리!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석 잔을 불러온다는 ‘마법의 디너’가 있으니, 그 이름, ‘회식’입니다.  


  


“오빠, 제발 싫어하지 마세요.”  /  출처: KBS2 <해피투게더3> 방송화면 캡처

 


계속 언급하지만,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을 잘하는 Y양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술만 마시면 체하는 약골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4차 술자리까지 함께한 제게 다음날 말합니다. “술 많이 마셨지? 오늘 점심은 콩나물국밥 먹어야겠다.”


지인들은 제가, 너무 잘 먹고, 잘 놀아서 술에 취한 줄만 알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직장 생활에 적응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술자리에서도 독주(소주, 소맥 등)를 안 마시고 버티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아예 안 마시는 게 좋지만, 사회생활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건가요?! 요령이란 제게 맞는 낮은 도수의 술을 찾아 잔을 채우고 남들보다 느리게 마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준비해 보았습니다. 저처럼 잘 못 마시는 분들을 위해 Y양도 마실 수 있는 아름다운 술 몇 가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보드카 크루저(Vodka Cruiser), 알코올 도수 5%

 

● 장점: 매우 달다. 다양한 종류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여성에게 선호도가 높다. 색이 예쁘다.
● 단점: 색소를 얼마나 집어넣었는지 한 번 마시고 나면 혀와 입술색이 변한다. 만만하게 보다 빨리 취하게 된다. (음료수 같이 생겼다고 얕잡아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처음 이 술을 접했던 것은 스무 살, 친구들과 여행을 가던 날이었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파란색 병이 예뻐서 “기분이다!” 하고 지른 술이 바로 ‘보드카 크루저 블루베리’였어요. 소주의 ‘소’ 자도 못 마시던 저를 무려 반병이나 홀짝거리게 한, 현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술입니다. 보드카 크루저는 보드카를 베이스로 한 주류로 달콤하고 상큼한 스파클링 음료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만, 알코올 5%의 엄연한 술입니다. 블루베리, 라즈베리, 파인애플, 멜론 이렇게 네 가지 종류가 있으며 요새 ‘와인크루저’가 나왔다는데 기회가 되면 마트를 털어야겠습니다!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 알코올 도수 3~7%

 

 

 
큐피드 모스카토 다스티  /  출처: 와인21

 


● 장점: 종류가 아주 많다. (알코올 도수와 선호도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
● 단점: 와인이기 때문에 가격이 좀 비싸다.

 

청포도 품종인 머스캣(일명 모스카토)으로 만든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는 ‘왜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와인을 마시는가!’라는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해 준 기특한 아이입니다. 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항상 고기를 먹을 때 꼭 그럴듯한 와인 찾잖아요. 


만화 ‘신의 물방울’에 나올 것처럼 ‘과실 맛이 풍부하고, 농후하며 고상한 단맛이 느껴지고, 그저 그런 와인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듯한 복잡하고 상쾌한 향이 나는 그런! ’ 레드 와인은 아니지만, 제게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 이유다.’ 라고 생각하게 해 준 그런 와인입니다. 이후 홈 파티를 할 때는 항상 이 와인을 함께 곁들이곤 합니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고! 결혼하면 한두 병씩 집에 쟁여두어야겠어요.

 

 

자몽에 이슬(과일 소주), 알코올 도수 13%

 

  

자몽에 이슬  /  출처: 하이트진로

 

 

● 장점: 근래 나온 과일소주 시리즈 중에 도수가 낮은 편이고 달다. 소주 특유의 쓴맛을 자몽의 쓴맛으로 감싸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 단점: 평소 소주를 마실 줄 알던 사람들은 풍선 껌을 먹는 기분이라고 한다. (난 아님. 매우 좋음)

 

허니버터 칩 대란에 이어, 소주계의 혁명을 불러일으켰던 ‘처음처럼 순하리 유자’의 위세가 한풀 꺾이면서 줄줄이 뒤를 이어 동종업계 소주들이 알록달록 과일 옷을 입고 소주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수 없이 튀어나온 과일 소주들 중에서도 제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자몽에 이슬’이었어요. 도수 또한 ‘유자’보다 낮아서 마시기에 덜 부담스러운 소주입니다. 또한, 이 과일 소주의 가장 큰 장점은 어른들과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일반 소주를 마시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일반 소주병과 함께 나란히 서 있어도 티도 잘 안 나 굉장히 좋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별표 다섯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술입니다! 올레!

 

사임당 옥수수 생 동동주 (강원도 특주), 알코올 도수 6%

 

 

사임당 옥수수 생 동동주  /  출처: 샘 뜰 두붓집

 

 ● 장점: 막걸리, 동동주 중에 최고! 달콤함, 구수함, 톡 쏘는 청량감 삼박자가 어우러진다. 

 ● 단점: 중독성이 강한데, 시중에 파는 곳이 적다. (강원도로 떠나거나 막걸리 전문 술집에 가야 한다) 숙취 또한 있는 편이다.

 

회사의 자칭 ‘예쁜 동안 이나 언니’님께서 처음 알려준 최고의 막걸리! 그녀는 강원도에서 이 동동주를 접하시고는, 그 맛을 잊지 못해 친구와 박스로 공동 구매! 택배로 배송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저야 막걸리계의 히어로 ‘이나 언니’처럼 마시진 못할 테지만, 한 번 맛보면 몇 잔은 쑥쑥 들어갑니다. 막걸리는 원래 맥시멈 한 잔까지 마실 수 있었는데, 이 옥수수 동동주는 그 기준치를 무려 4잔으로 늘려주었습니다. (그 이상은 아무래도 제게는 무리데쓰!) 누룽지 막걸리나 밤 막걸리도 달달하니 여러분도 나중에 마셔보세요.



써머스비(SOMERSBY), 알코올 도수 4.5%

 

 

써머스비 애플 비어!  /  출처: 비어케이

 

 

● 장점: 상큼한 맛과 낮은 도수로 와인이나 샴폐인 대용으로 즐길 수 있다.
● 단점: 사이다라고 생각하고 너무 많이 마실 수 있으니 주의!

 

덴마크 맥주 회사 칼스버그가 천연 사과 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상큼한 애플 비어, 써머스비! 이 맥주와 함께라면 여름날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세계 맥주 전문점에서 처음 맛본 이 맥주는 맥주라고 하기엔 델몬트 사과 주스에 사이다를 첨가한 것 같은 맛입니다. 진짜 음료수 같아요. 나중에 결혼하면 작은 바(BAR)를 집에 만들어서 얼음 통 채워 넣고 괜히 분위기 내고 싶네요. 회식 자리에서 2~3차 갈 때면 꼭 세계 맥주 집에 가게 되는데요, “너 인마, 음료수 먹냐”라고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이 녀석 덕분에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답니다.

 

이렇게 알려드리고 나니, 왠지 주당 같아진 Y양입니다. 술을 잘 못 마시기 때문에 안 마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마셔야 하는 분위기에는 어떻게 해서든 살 방도를 찾아야 했던 저의 팁을 알려드렸습니다. 소주와 맥주만이 술이라고 생각하시는 상사분들 밑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식이라면, 모두 함께 짠~ 할 때 빠지지 않도록 눈치 빠른 직딩이 되어 봅시다. 이 땅의 술 못 마시는 직딩들이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