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사옥의 의미있는 변신, 아라리오 뮤지엄 방문기

몇 해 전 큰 히트를 쳤던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나요? 극 중에서 장동건은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남자로 나왔는데요. 그가 근무했던 그 사무실이 바로 ‘공간(空間)’ 사옥입니다.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공간’ 사옥은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장소로, 대학생들은 시간 내서 답사도 많이 다니는 곳 중 하나더라군요.

한국 건축의 상징, 공간사옥

제가 대학생 시절, 저의 학교가 대학로 근처에 있어서 버스타고 지나갈 때마다 공간사옥을 지나쳤었는데요, 검은 벽돌에 담쟁이 넝쿨이 빼곡히 둘러쌓은 건물을 보면서 ‘저 곳은 무엇일까’ 저런 곳에서 일하면 무슨 기분일까 매일 상상해 보곤 했었답니다.

공간 사옥 / 출처: 해외문화홍보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그 곳은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고(故) 김수근 선생의 아뜰리에이며, 공간이라는 잡지를 창간하여 많은 건축인들과 일반인들의 문화적 소향을 높여준 곳이더군요. 건축에 문외한이다보니 김수근 선생님에 대해서도 찾아봤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서울올림픽 주경기장,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경동교회, 문예회관, 전시관 및 공연장이 있었구요. 그의 작품 중 백미 중의 백미는 역시 공간 사옥이라고 하더라구요.

공간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故 김수근 / 출처: 김수근문화재단 홈페이지(바로가기)

이런 공간 사옥이 부도처리 된 후 최근 아라리오 갤러리에 150억에 매각(2013년)되었는데요, 건축계에서는 한국의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건물이 경매에 올라왔으니 뜨거운 감자였나 봅니다. 그 당시 관련 블로그나 뉴스 등을 찾아보니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팽배하게 갈리더군요. 건축에 대해 잘 모르던 저는 얼마 전 공간 사옥이 아라리오 뮤지엄이라고 바뀌고 전시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보고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라리오 뮤지엄 방문기

 

티켓을 사고 입장합니다. 오디오 가이드도 있지만 저는 따로 구입하진 않았어요. 시간을 잘 맞춰가면 1시간 가량의 도슨트 투어도 들을 수 있었는데 저는 여유롭게 혼자서 전시를 봤어요. 가이드가 없어도 크게 어렵지 않은 전시들이라서 따로 궁금한 점만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작가와 작품에 대해 잘 알고 계셔서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어요.

아라리오 뮤지엄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83,  연락처: 02-736-5700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관람료: 12,000원(성인), 8,000원(청소년), 5,000원(어린이), *10세 이하 입장제한

아리리오 뮤지엄 홈페이지 (바로가기)

공식 페이스북 (바로가기)

아라리오 뮤지엄 공간구성 / 출처: 아리리오 뮤지엄 페이스북

전시실은 다른 뮤지엄과는 다르게 아주 복잡했는데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사무실이었던 공간을 좁은 구획으로 나누어서 개별적인 룸이 존재하고 층층 마다 화장실도 전시실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건물이다 보니 천정도 낮고, 계단이나 폭도 매우 좁았습니다. 사진으로 보여드리고 싶은데 전시장이다 보니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더군요. 공간 하나하나 표정이 다양했는데 꼭 한 번 방문하셔서 직접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라리오 뮤지엄에 전시 중인 작품 / 출처: 해외문화홍보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전시는 현대미술과 설치미술이 많았는데요. 비디오아트쪽도 많고 백남준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내용도 홈페이지를 들어가시면 좀 더 자세한 안내를 받으실 수 있어요.

도심 속 야경을 보며 즐기는 다이닝

검은 벽돌 건물 옆에 유리로 된 신관 건물이 또 있는데요. 이 곳은 카페를 비롯하여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이에요. 창덕궁 바로 옆에 있는 통유리 건물이다 보니 뷰가 정말정말 좋아요. 특히 5층의 노진성 셰프가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다이닝 인 스페이스’ 인데요. 가격 대비 훌륭한 코스요리에 근사한 공간이다 보니 특별한 날 데이트 코스로도 좋을 것 같아요. 테이블이 7개뿐이라 조용하며 최소 4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하네요. 저도 올해 기념일에는 꼭 한 번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인 아라리오 뮤지엄. 오감이 만족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