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9.

패션잡지 ‘보그’에 사용된 영문폰트, 디도와 보도니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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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영문폰트가 존재하지요. 어떤 폰트는 옆에 있으면 도통 무슨 폰트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한 폰트들도 있고요. 다른 폰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인 영문폰트도 존재합니다. 오늘 소개할 ‘디돈 양식’의 폰트 역시 아주 독창적인 폰트죠. ‘디돈 양식’이라는 명칭이 낯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디자인 전공자라면 ‘보도니’란 폰트는 들어보셨을 테고, 비전공자라도 패션잡지 ‘보그’나 ‘바자’의 로고타입은 기억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오늘은 ‘디돈 양식’의 대표적인 서체인 ‘디도’와 ‘보도니’의 차이점을 알려드릴게요.



획의 대비가 뚜렷한 ‘디돈 양식’


그렇다면 ‘디돈 양식’이란 무엇일까요?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지은 <타이포그래피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디돈 양식’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디돈 양식

디도체와 보도니체로 대표되는 글자체 양식.


18세기 초반에 완성된 프랑스의 왕의로만체가 씨앗이 되었다. 이 글자체는 수학적 형태와 비례미를 반영하여 디자인되었고, 디돈 양식은 이런 기하학적이고 수학적 형태 원리를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글자 모양은 기하학적 형태에 기반하고 비례는 수학적으로 고려하여 글자의 가는 가로획과 굵은 세로획이 세리프 없이 직각으로 만나는 등 글자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대비를 보인다. 전형적 글자체로는 디도체, 보도니체, 발바움체, 페니스체 등이 있다.


출처: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타이포그래피 사전>


펜글씨의 잔재가 완전히 사라진 ‘디돈 양식’은 그 당시 전반적으로 인쇄술이 발달(종이와 잉크의 품질개선 등)하여 가는 획과 또렷한 획의 대비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어요.




‘디도’와 ‘보도니’ 서체란?


그렇다면 이제 ‘디돈 양식’의 대표적인 ‘디도’와 ‘보도니’ 서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1. 디도(Didot)


‘디도(didot)’는 1783년 프랑스 파리의 피르맹 디도(Firmin Didot)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디도의 가문은 프랑스의 인쇄업과 서적상 가문으로도 유명하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요. 예전에 만들어진 서체이기 때문에 디지털화하면서 다양한 영문회사에서 작업한 덕에 여러 버전의 ‘디도’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1960년대 CBS방송사에 쓰인 ‘디도’ 서체입니다.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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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urningsettlerscabin.com



2. 보도니 (Bodoni)


다음은 ‘보도니’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보도니’는 극명한 선의 굵기 대비에 아주 가는 세리프(Hairline Serif)가 달려있어서 본문용보다는 임팩트 있는 제목용으로 많이 쓰이는데요. 그만큼 잡지 가판대에서 지나가는 행인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잡지제호로서 손색없는 서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보도니’는 워낙 인기가 많은 폰트 중 하나여서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은 써보지 않았을까 싶은 서체 중 하나에요. <I love type>이라는 책에서도 ‘보도니’를 다루기도 했고요. 저 또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서체인데요. 타이포그래피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네요. (역시나 발 빠르게 궁금한 정보를 찾는 건 사전이 제일인 거 같아요. ^^)


보도니체

1970년 이탈리아의 잠바티스타 보도니가 디자인한 세리프체.


가는 가로획과 굵은 세로획이 브래킷 없이 직각으로 만나며 둥근 글자의 축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활자조각 도구의 발달, 표면이 매끄러운 종이, 인쇄적성이 좋은 잉크 등 당시 전반적인 인쇄술의 발달이 이러한 극단적 형태를 가능하게 했다. 글자의 모양과 비례가 수학적으로 계산되어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글자의 강한 수직성 때문에 가로로 문장을 읽어 나갈 때 시선이 역행하므로 글줄 사이를 주의 깊게 조절해야 한다. 획의 굵기 차이가 현저하여 눈에 피로감을 주므로 긴 텍스트에는 적합하지 않다.


출처: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타이포그래피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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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lushpublishing



‘디도’와 ‘보도니’ 서체의 차이점 분석


그럼 이제 두 개의 폰트를 비교해볼게요. 서체를 비교할 때에는 글줄이나 획의 두께차이, 둥근 모양의 활자의 열린 정도를 가르치는 애퍼추어(Aperture)나, 세리프의 모양, 축(axis/stress)등을 모두 비교하는데요, 아무래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건 자소의 모양이에요. 저도 평소에 비슷한 글꼴을 비교할 때는 기준이 되는 개성 있는 자소를 기억해두고 다른 폰트와 비교해 보는 걸 우선적으로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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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디도 서체, [아래] 보도니 서체 / 출처: fonts.com



‘fonts.com’ 사이트에서는 본인이 알고 싶은 폰트에 텍스트를 넣으면 미리 보기를 할 수 있어요. 책에서 비교해 봤을 때 가장 큰 특징이 되는 글씨는 바로 사진에 있는 ‘QPWt269’더라구요. Q의 모양을 보시면 Tail(꼬리)부분이 다른 게 보이시죠? ‘디도’의 꼬리는 정말 여우꼬리마냥 몸통에서 얇게 나왔다가 풍성하게 굵어지는 라인이고, ‘보도니’는 그에 비해 단정하게 삐져나와 있어요. P의 경우에도 ‘보도니’는 가로획이 모두 직선이지만, ‘디도’는 왼쪽에서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굴려지고 다시 들어가는 가로획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면서 들어가죠. W는 보시다시피 ‘보도니’는 V가 두개 겹쳐진 모양이고, ‘디도’는 겹쳐진 부분의 획을 생략했어요. t역시 ‘디도’는 세로획의 시작되는 부분이 움푹 파여서 곡선의 매력을 더해줬네요.



전체적으로 ‘디도’가 가로획이 더 얇고, 글꼴 전체적으로 곡선의 느낌이 더 많이 살아있어 여성적이면서도 고전적인 특징이 더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반해 ‘보도니’는 ‘디도’에 비해 좀 더 임팩트 있고, 주목성이 강한 것 같구요. 두 서체 모두 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서체로,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