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폰트,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UDF)를 아시나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디자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물건에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빠짐없이 들어있습니다. 디자인은 모두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모두의 것이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수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디자인은 외적인 미, 기능성, 그리고 사용성 등을 고려하여 완성됩니다. 그중에서도 폰트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편안하며 명확해야 하는 것이 바로 폰트입니다.


도로 위의 표지판은 물론 서적, 스마트폰 UI, 그리고 제품 위에 부착되는 단어까지, 폰트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폰트가 사용되고 있는데요.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점 또한 함께 존재합니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게 매달린 간판들, 마치 외국인이 만든 것 같은 조잡한 한글폰트 디자인들이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정작 혼돈만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우리나라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변해가는 시점에서, 폰트는 생활 곳곳에서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을 인해 가장 빨리 저하되는 신체능력이 시력인데, 고령층은 저하된 시력으로 인해 가장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계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충분한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고 있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고민 되었던 방법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를 생소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오늘은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UDF)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모두의 폰트,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UDF)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뜻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범용(汎用) 디자인'이라고도 불리고 있죠. 최근에는 공공교통기관 등의 손잡이, 일용품 등이나 서비스, 또 주택이나 도로의 설계 등 넓은 분야에서 쓰이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현재 다양한 제품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폰트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그 적용이 아직 미미한 실정이랍니다. 


<출처 : 이와타 홈페이지>


세계 각국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를 기획∙개발하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서체개발사인 이와타의 UD폰트를 들 수 있습니다. 가전업체 파나소닉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UD폰트를 만들었는데요. 이와타의 UD폰트의 디자인은 품의 넓이, 자면을 크게 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흐릿하게 보이는 대책으로 탁점, 반탁점과의 틈새가 확보되어 있죠. 명조의 획을 심플하게 하고 고딕장식을 배제해 한자의 부수를 크게 했다고 해요. 알파벳의 S와 숫자 3, 8, 그리고 알파벳 O와 C, G 등 잘못 읽기 쉬운 문자의 판독이 쉽게 디자인되었어요. 원래는 가전제품 등의 문자판에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각종 게시판이나 안내판, 팸플릿 등의 인쇄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폰트랍니다.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Christian Boer는 난독증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여 ‘Dyslexie’ 서체를 직접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난독증 환자들이 글자를 회전하고 이리저리 섞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Dyslexie 서체는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수많은 특징들을 포함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랍니다. 글자의 아래 부분 선을 두껍게 해서 아래 부분이 더 무거워 보이게 만들어 글자의 원래 방향을 알기 쉽게 했고요. 글자간의 차이(글자의 틈, 장평, 기울기와 같은 것들)가 잘 구별되도록 하기 위해서 글자의 특징들을 더 과장되게 만들었답니다. 문장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대문자와 구두점은 굵고 선명하게 만들었다고 해요. 독립적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Dyslexie 폰트로 글을 읽은 난독증 환자들의 읽기 능력이 더 향상되었다고 하니 정말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폰트임이 확실하죠? ^^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의 국내 현황을 살펴볼까요? 삼성전자 UX팀에서 개발한 ‘디지털UD명조’개발단계서부터 시각장애우의 사용평가를 반영하여 개발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인데요. 디지털UD명조 폰트는 처음부터 인쇄가 아닌 디지털 디바이스를 고려해 만들어진 유니버셜 서체라는 점에서 향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 디바이스에서는 인쇄 매체와 달리 픽셀이나 해상도 등을 따져 개발해야 가독성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독일 유니버셜디자인 어워드 2011에서 '위너(Winner)' 작품으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출처 : 윤디자인연구소 홈페이지>


윤디자인연구소의 윤서체 중에도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가 존재하는데요. 2010년 개발한 ‘UD고딕’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시인성>판독성>가독성>디자인’의 우선순위를 두고 개발하여, 타 서체에 비해 문자의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으며, 더 크고 또렷하게 보이도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고 명확하게 읽히기 위해 개발된 서체로 기존의 고딕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노령화 시대에 따른 소비자들을 배려한 서체라 할 수 있죠.


<출처 : 윤디자인연구소 홈페이지>


UD고딕은 기존의 고딕체와 비교하여 시인성과 판독성이 매우 뛰어나 한정된 공간에 작은 글씨로 쓰였을 때도 문자의 혼동이나 획의 흐트러짐이 없이 편안하게 읽히는데요. 자형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문자의 폭을 가능한 넓게 하여 같은 글자크기에서 더 크고 선명하게 보이도록 디자인되었고,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삭제하여 단순하고 명료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서의 활용도가 매우 뛰어나답니다. 


윤디자인연구소의 UD폰트는 지난 2010년 트루타입폰트로서는 국내 최초로 ‘굿(GD)디자인’에 선정되었는데요. 개발 컨셉 및 시인성에 특화된 디자인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아 ‘굿디자인’에 선정된 것이죠. 일반적으로 TV, 휴대폰, 가전제품 등 주로 제품 등이 선정되던 ‘굿디자인’에서 디지털 폰트인 트루타입폰트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라고 해요. 현재 윤디자인연구소의 UD폰트는 지속적으로 보완, 개발 중이랍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사례들처럼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는 고령층과 저시력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겠죠. 개발, 기획에서부터 형태디자인까지 체계적인 연구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보다 폭넓고 다양한 곳에 적용하여 고령층은 물론 일반 성인남녀, 아동까지 정보와 문화를 향유하는데 있어 어떠한 장애요소가 없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모두의 폰트’가 등장할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를 우리 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