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5.

깊어가는 가을에 딱! 가을에 듣고 보면 좋을 음반&드라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덥다! 더워!”를 연발하며 언제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지 오매불망 기다렸던 것 같은데, 벌써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못해 추운 가을이 왔네요. 아, 가을이 왔다기보다는 더 깊어가고 있군요. 계절이 바뀌는 것만 보면 어찌나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지,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해지는 것을 보니, 가을을 제대로 타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저만 그런 건 아니죠? 손발이 시려올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요즘, 마음까지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왠지 모를 쓸쓸함이 담뿍 느껴지는 가을은 우울해야 제맛이라지만, 차갑게 식은 감성은 옳지 않아요. 


깊어가는 가을에 우울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잔뜩 느낄 수 있는 드라마와 음반을 한 작품씩 꼽아봤어요. 제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다른 분들도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자, 그럼 지금부터 한번 함께 살펴볼까요?



가을, 바람이 분다. 이소라 6집 <눈썹달> 


무겁고 우울하지만 언제 들어도 편안한 음색의 주인공, 동틀녘 차가운 새벽빛 같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 이소라를 모르는 분들은 아마도 없겠죠. 그녀는 이미 ‘난 행복해’, ‘청혼’, ‘바람이 분다’로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요. 가수 이소라의 앨범 중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앨범으로 그녀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은 ‘바람이 분다’가 수록되어있는 6집 <눈썹달>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소라 6집 타이틀곡 ‘이제 그만’ 뮤직비디오>


이소라 6집 <눈썹달>의 타이틀곡을 ‘바람이 분다’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6집 타이틀곡은 ‘이제 그만’이라는 곡이랍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서늘한 감성을 가득 담아 부른 ‘바람이 분다’가 대중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이 ‘바람이 분다’가 6집의 타이틀곡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이소라 6집 <눈썹달>에는 발라드 앨범에 한 곡쯤은 들어있는 밝은 분위기의 노래는 한 곡도 없어요. 평소 그녀의 앨범 수록곡들보다 더 암울하고 더 깊은 슬픔이 담겨있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죠. 지금으로부터 9년 전에 발표된 앨범이지만,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세련된 멜로디가 가득합니다. 가사 또한 깊어가는 가을, 우울한 마음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시적이에요. 6집 <눈썹달> 수록곡 중 제가 가장 좋아하고 공감(?)하는 노래 하나 들려드릴게요. 


<이소라 6집 ‘시시콜콜한 이야기>


이소라 6집의 12번 트랙 ‘시시콜콜한 이야기’입니다. 남자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을 친구에게 전화로 터놓고 있는 여자,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헤어지라는 친구의 말에 더 잘해달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하는 여자의 말이 처연하기 짝이 없네요. 이 외에도 6집 눈썹달의 수록곡 모두 가을에 들으면 정말 딱 좋을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데요. 가을이 모두 흘러가기 전에 꼭 앨범 전 곡을 들어보시길 바랄게요.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 드라마 <연애시대>


여기 이미 이별을 경험한 커플이 있습니다. 이별도 그냥 이별이 아닌 ‘이혼’. 헤어진 상태에서도 사랑을 끈을 놓지 못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연애시대>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따뜻한 봄에 방송이 되었는데요, 드라마의 내용과 분위기가 봄보다는 가을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목만 들어서는 밝고 설레는 핑크빛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을 법하지만 실제 드라마 내용은 그렇지 않거든요. 



은호(손예진 역)와 동진(감우성 역)은 알콩달콩 소소한 사랑을 나누던 부부였지만, 아들 동이를 사산한 이후 서로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이혼하게 됐죠. 그렇게 헤어지고도 서로 멀리하지 못하고 복잡 미묘한 심경을 나누게 되는데요. 특히 서로에게 다가오는 인연에 드러나는 각자의 감정이 참 재미있어요. 은호와 동진에게 이어질 뻔(!)한 새로운 연인들의 캐릭터 또한 매력적이에요. 드라마에 의례 등장하는 악역이나 출생의 비밀 따위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도 보는 사람을 붙잡는 마력이 있는 드라마가 바로 <연애시대>랍니다. 


드라마 <연애시대>의 결말은 여느 드라마들과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이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해지기까지 여러 번의 감정 변화와 시련이 있어요. (이런 게 없으면 드라마가 아니겠죠? ㅎㅎ) 특히 주인공 은호가 느끼는 감정이 참 쓸쓸하고도 애잔한데요, 그녀의 감정 변화 덕분에 생긴 명장면이 많아요. 특히 동진의 결혼식에서 울면서 축가를 부르던 은호의 모습과 술에 취한 은호가 잘 열리지 않는 피클 병을 억지로 열려고 낑낑대면서 울부짖던 장면을 많은 분이 명장면으로 꼽고 있어요.



저는 이 장면이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동진에게 향하는 복잡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던 은호가 라디오 상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버지에게 몰래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는 장면이랍니다. 늘 올바른 말로 상담을 이끌던 목사 은호 아버지가 딸 은호의 심경을 파악하고 “행복해져라, 은호야”라는 말을 남기는데요. 하느님께 죄를 짓고서라도 딸이 부디 행복해지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과 동진을 생각하는 은호의 마음이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을 만든 것 같아요. 아…. 지금 이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했는데도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네요. ^^;;


이소라 6집 <눈썹달>과 드라마 <연애시대>, 어떠셨나요? 깊어가는 가을 감성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앨범과 드라마임이 틀림없는 것 같죠? 제가 느꼈던 감정이 여러분께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며, 저는 다시 한번 앨범과 드라마를 듣고 봐야겠어요. 이 가을이 모두 다 흘러가버리기 전에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