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4.

‘아파트’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웹툰 원작 영화의 진화


인터넷상의 재미있는 읽을거리 중 하나에 불과했던 아이템, 웹툰!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웹툰의 검증된 인기와 탄탄한 스토리를 다른 콘텐츠로 전환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식의 사례가 생겨나고 있어요. 이런 방법을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라고 해서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드라마, 게임 캐릭터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소의 투자 비용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지요.


2006년 7월, 1세대 웹툰 작가인 강풀의 ‘아파트’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 후에 수많은 작가의 활동으로 웹툰의 종류가 많이 늘어났는데요, 2005년 당시 한 포털 사이트에서 서비스했던 만화는 총 12개 작품이었지만 현재는 425개 작품에 이른다고 해요.


웹툰에서 영화로 


웹툰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어 접근성이 좋으며, 콘텐츠로서 인기가 검증되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 덕에 흥행 여부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웹툰을 실사화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각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는 장점도 있지요. 소설은 글로만 표현되어있기 때문에 각색 과정에서 시각 표현의 한계가 있고, 원작 팬들의 반감을 사기 쉬운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에 웹툰은 이미지가 분명해 영화로 만들 때 드는 위험도가 적어 영화계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지요. 게다가 인기가 검증되어 있어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 덕분에 웹툰은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매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강풀 원작의 영화 <아파트> 이후 B급달궁의 <다세포소녀>, 다시 강풀의 <바보>, <순정만화>가 영화로 제작되는 등 다양한 작품이 대중문화계로부터 주목받게 되었죠.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기자회견에서 박재동 운영위원장은 “그림이 서툴러도 이야기가 좋다면 그 만화에 빠지게 된다. 만화의 본질은 결국 이야기”라며 탄탄한 스토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아파트, 다세포소녀, 바보, 순정만화 (출처: 네이버 영화)>


하지만 강풀 원작의 영화 <아파트>는 전국 64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그 외 다른 많은 웹툰 원작 영화 역시 100만 명을 넘지 못하는 관객을 동원하여 원작만큼의 큰 인기를 거두지는 못하는 결과를 보여줬어요.


대부분 웹툰 시나리오는 굉장히 긴 분량이기 때문에 영화의 내러티브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심이 되는 배경과 인물 간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시나리오를 전개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미흡한 영화는 만화 원작의 인기가 높은 것과 상관없이 흥행에 실패하게 되기도 해요. 


이렇게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중에서 내놓을 만한 성공사례를 남기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2010년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됐던 만화가 윤태호의 <이끼>가 누적 조회 수 3,600만 회의 기록을 달성했어요. 그리고 이 <이끼>가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을 통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 기준 34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기록해 웹툰 원작 영화의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만들어진 웹툰 원작 영화들이 좀처럼 인기를 거두지 못했기에 영화 <이끼>의 성공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지요. 


<왼쪽부터 박해일(유해국 역), 유선(이영지 역), 유준상(박민욱 검사 역), 

정재영(이장 천용덕 역), 유해진(마을주민 김덕천 역) (출처: 네이버 영화)>


그 이후 2011년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160만 명, 2012년 <26년>과 <이웃사람>이 200만 명을 넘기며 300만 명에 가까운 관객 수를 동원해 웹툰 원작 영화가 탄탄한 스토리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왼쪽부터 강풀의 원작과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 <이웃사람> (출처: 다음 만화속세상)>


최근 2013년 6월에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다음에서 만화가 훈(본명 최종훈)이 연재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700만 관중을 모았습니다. 이 영화는 충무로 기대주로 불리는 배우 김수현이 출연해 기대를 모으며 개봉 전부터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사전 예매율을 기록해 최단기간 100만 돌파라는 흥행 기록까지 세웁니다. 역대 웹툰 원작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한 <이끼>의 340만 명을 개봉 1주차에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흥행 속도를 자랑하지요. 


<왼쪽부터 김수현(원류환 역), 박기웅(리해랑 역), 이현우(리해진 역), (출처: 네이버 영화)>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포털 사이트 다음 모바일 앱에서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 <미생>을 모바일 단편 옴니버스 영화로 만든 <미생 프리퀄>은 조회 수 100만 회를 돌파하며 기록적인 스코어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원작 웹툰을 능가하는 흥행을 기록한 영화로 주목받은 것은 물론, 각 캐릭터에 꼭 맞는 캐스팅으로 마치 웹툰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의 배우진 덕분에 ‘미생 싱크로율’로 관심을 끌기도 했어요.


<왼쪽부터 조희봉 (오차장 역), 임시완 (장그래 역), 김보라 (안영이 역) (출처: 다음 영화)>


하지만 모든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포털 사이트 관계자에 의하면 통상 전체 연재작 중 상위 5%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있어야 영화화 제의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자신의 모든 연재작을 영화화하는 데 성공한 강풀의 웹툰은 모두 그 당시 조회 수 1위를 차지했다고 하네요.


물론 인기가 많은 웹툰이 아니더라도 영화사에서 추구하는 스토리와 맞아떨어질 경우 스크린으로 옮겨지기도 해요. 이종규•이윤균 원작의 <전설의 주먹>은 2010~2012년 연재될 당시 큰 인기를 끈 작품은 아니었지만, 2013년 4월에 영화로 만들어져 전국 170만 관객을 모으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기도 하였어요.


웹툰 영화의 가능성은 살아있다. 


<아파트>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웹툰 원작 영화의 흐름을 보면 가능성 측면에서 대단히 긍정적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 콘텐츠 소재들이 매우 제한적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웹툰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구성되어있어 한국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위치에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최고의 이야기 원천이 된 것이지요. 이를 잘만 활용해도 얼마나 다양하고 획기적인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낼지 생각만 해도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한국 웹툰 원작의 영화가 더욱 발전되어 제2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