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6.

물건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이경복 개인전 ‘Collected Identity’


어떤 사람을 알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외형적인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 사람이 착용한 옷이나 액세서리, 가방, 볼펜 등의 소품으로 그 취향을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그의 방안 물건을 살펴본다면 그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윤디자인 갤러리뚱 전시 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었어요. 한 달 만에 소개해드리는 전시 소식인 만큼, 재미난 이야기 거리를 가득 담아 전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드는데요. 단언컨대 여러분 모두 흥미 있게 지켜볼 독특한 전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오는 8월 17일 토요일부터 31일 토요일까지, 2주간 윤디자인 갤러리뚱에서 열리는 서양화가 이경복 개인전 ‘Collected Identity(수집된 정체성)’입니다. 


이번 전시는 개개인의 사적인 공간인 방, 그 안에 있는 공산품들을 수집함으로써 개인의 정체성과 시대성에 관하여 탐구한 작업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수집된 물건들이 펼치는 인문학적 예술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볼까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성이 담긴 공산품


이번 전시는 ‘Collected Identity’라는 전시명으로, 2010년부터 이경복 작가가 진행 중인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해요. 전시의 가장 큰 의미는 공산품 수집으로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성을 야기하는 한편, 특수성을 지닌 한 가지 물건들을 모아서 작품으로 만들고 그를 통해 사회의 집단성에 관하여 고찰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개인의 수집 또는 타인에 의해 소장된 물건들로 개인을 이야기하는 ‘Room Series’, 특수성을 지닌 한 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우리의 집단성을 담은 ‘Collective Soul Series’ 이렇게 두 가지 연작들로 구성됩니다.


이경복 작가는 ‘Room Series’를 작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사를 한 뒤, 2~3일 동안 집에 가지 못하였고, 잠을 자고 씻기 위해 집에 들어가니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너무 낯설었습니다. 타인의 집에 온 것처럼 의자에 앉아 있다가 박스를 열고 그 안의 물건들을 보고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느껴지는 편안함에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산품에 ‘내 것’이라는 생각과 그 물건들에서 오는 편안함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물건에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 타인 역시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Collective Soul Series’에 대해서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앞사람의 가방에 달려있는 군번줄 같은 액세서리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저의 모든 작업의 시작은 일상입니다. 이런 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작은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저의 행동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느껴지는 것들에 의심을 하며 왜 그런지 궁금해 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수집된 물건에 나타나는 개인, 작품 둘러보기


전시하는 작품들은 모두 캔버스 위에 에어브러쉬를 사용하여 공업용 페인트로 작업한 것인데요. 이제부터 그 흥미로운 작품 일부를 살펴볼게요.


<A's room, urethane paint on canvas, 97x130.3cm, 2012>


첫 번째 작품 ‘A's room’은 A라는 개인의 방안의 물건들을 모아 그 인물의 개인성을 담아 보려 한 작업이라고 해요. 수집된 물건에서 알 수 있듯이 여행을 즐기는 아티스트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A's room, urethane paint on canvas, 193.3x130.3cm, 2012>


‘A's room 2’는 ‘A's room’을 표현 방법에 있어서 감성적으로 푼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굉장히 사실적이었던 물건들 위에 그 물건의 내면을 보여주는 듯한 컬러가 단순하지 않게 덧입혀졌네요.


<G's room, urethane paint on aluminium panel, 106x172cm, 2011>


다음 작품 ‘G's room’은 G라는 개인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아 그 정체성을 보여주려 한 것이랍니다. 아마도 G는 장난감과 게임을 즐기는 키덜트족인 것 같아요~ 안경을 보아하니 아이의 것 같지는 않고, 장난감 취향 또한 완전한 아이의 것이 아닌 느낌이 들기 때문이에요.


<G's room, urethane paint on canvas, 91x116.7cm, 2011>


이와 함께 ‘G's room 2’는 ‘G's room’ 같은 맥락의 작품으로, 수집품을 흩뿌리며 표현하여 감성을 표출한 작품이랍니다. 쌓여있는 장난감 속 안경이 묘한 느낌을 주네요.

 

<Mam's room 2, urethane paint on canvas, 145.5x112.1cm, 2012>


다음 작품 ‘Mam's room 2’는 아이 엄마의 방안 물건들을 가지고 한 여성의 정체성을 장난감과 결혼 전의 물건들로 표현해 본 것이라고 합니다. 공주 거울, 큐빅핀, 화장품들 사이에 알록달록 장난감들이 보이는데요. 그림 속에선 엄마 개인의 물건이 부각됐지만, 실제 생활에선 거의 잊고 사는 물건들일지도 몰라요.


<Baby room, urethane paint on canvas, 91x91cm, 2011>


다음은 ‘Mam's room 2’와 연결될 수도 상반될 수도 있는 작품 ‘Baby room’. 이것은 방안의 물건들을 가지고 개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려고 한 이경복 작가의 작업에 아직 정체성을 갖지 못한 아이의 물건들을 모아 실험을 해 본 작업이라고 해요.


<Collective soul 2, urethane paint on canvas, 200x200, 2012>


마지막 소개해 드릴 작품은 ‘Collective soul’은 이경복 작가가 전쟁을 게임으로 알던 어린 시절 쉽게 사주고 쉽게 가지고 놀던 플라스틱 군인 장난감을 모아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그런 그가 전쟁은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어느 날부터 군인 장난감이 아이러니하고 섬뜩해 보였다고 합니다. 마치 전쟁에서 패한 군인의 시체가 쌓여있는 느낌이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작품입니다.


▶ 이경복 개인전 ‘Collected Identity(수집된 정체성)’

전시 기간 : 2013년 8월 17일(토) ~ 8월 31일(토)

전시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윤디자인연구소 ‘윤디자인 갤러리뚱’ (찾아오는 방법)

전시 시간 : 평일 10:00~18:00 / 주말 11:00~17:00



다르고도 비슷한 이야기, 이렇게 복잡하게 모여 있는 물건들을 통해 이경복 작가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타인, 혹은 자아 찾기를 유도합니다. 이번 전시로 주위의 물건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고 그 물건들에 자신의 정체성을 비추어 볼 수 있는지 함께 논의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지금 윤디자인 갤러리뚱으로 오시면 이런 심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답니다. 어서 오셔서 그 토론자가 되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