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 아날로그의 질감 「스티키볼펜똥」에 관해 나눈 타입 디자이너의 스몰토크

[타입나누기] 아날로그의 질감 '스티키볼펜똥'에 관해 나눈 타입 디자이너의 스몰토크

 

연재 콘텐츠 [TYPE÷](타입나누기)는 윤디자인 TDC(Type Design Center)가 제작하여 새로 출시한 서체, 즉 타입(type)에 관해 나눈 타입 디자이너들의 스몰토크입니다. 서체를 만든 담당 디자이너의 영감과 제작 의도,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동료 디자이너들의 관점은 또 어떨지. 하나의 서체를 주제로 그 서체와 어울리는 공간에서 타입 디자이너들이 대화를 나누고 이를 기록하여 들려드립니다.

 

열여섯 번째로 나눈 타입은 김채림 디자이너가 제작한 스티키볼펜똥(🔗폰코에서 자세히 보기)입니다. 완벽하게 정제된 디지털 세상 속에서, 가끔은 잉크가 툭 뭉친 듯한 인간적인 실수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아날로그의 질감을 디지털 폰트로 섬세하게 옮겨온 결과물 위트있는 글자, 「스티키볼펜똥」에 관해 네 명의 타입 디자이너가 뒷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글. 이정은

사진. 김미래, 서지원

 

 

 

스티키볼펜똥÷(김채림+이정은+김미래+서지원)

 

윤디자인 타입 디자이너

 

 

 

@카페 비하인드
홍대 카페 문화를 이끌어온 터줏대감, ‘비하인드’는 윤디자인 사옥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세월을 머금은 우드톤 가구와 식물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빚어내는 빈티지한 공기는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이곳의 일상적인 풍경은, 무심한 듯 툭 찍힌 잉크 자국처럼 자연스러운 매력을 지닌 서체 ‘스티키볼펜똥’과 묘하게 닮아 있다.

 

홍대 카페 비하인드

 

 

정은: 올해 첫 타입나누기이기도 하고, 채림은 ‘타입나누기’의 첫 인터뷰이기도 해. 입사한 지 반년 정도 지났는데, 밖에서 보던 윤디자인과 안에서 겪은 윤디자인, 어떤 차이가 있는지?

 

채림: 면접 볼 때도 얘기했던 것처럼, 내게 윤디자인은 최종 목표 같은 곳이었어. 근데 내 계획보다 더 일찍 윤에 들어오게 된 거야! 그래서 우선 너무 기뻤어. 폰트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도 이름 있는 회사에서 서체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그게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거든. 근데 막상 들어와서 6개월을 보내보니 기쁨보다는 부족함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된달까. 기초 지식이 많이 부족하구나, 조형감을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따로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있어. 확실히 서체 전문 회사의 느낌이 있어.

 

정은: 꿈과 가까워졌다니 기쁜 일이네. 축하해! 혹시 윤디자인 입사 이전에도 ‘타입나누기’ 아티클을 본 적 있어?

 

채림: 알고는 있었는데 이전엔 후루룩 읽었다면, 이번 기회로 이전 타입나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지. 이렇게 준비 했던 거구나, 이런 질문들을 하는구나.

 

정은: 이전 회사에선 폰트를 만들고 후속 콘텐츠를 만든 적은 없어?

 

채림: 이전 회사에서 폰트 디자이너는 폰트만 만들고 콘텐츠 작업에 관여하진 않아. 그래서 윤디자인에선 폰트 디자이너가 폰트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안부터 폰트 제작, 이후 썸네일이나 그래픽 이미지, 이런 인터뷰까지 하는 과정이 흥미로워. 기존에는 내가 폰트를 만들지만 그래픽 이미지에 내 의도가 드러나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었거든.

 

 

타입나누기 스티키볼펜똥 타입디자이너

 

 

정은: 시각디자인과 전공이지? 시디과 나왔다 하더라도 그 안에 다양한 분야가 있잖아. 졸업 후 첫 직장은 폰트회사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전에 했던 일과 폰트 디자인으로 전향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

 

채림: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학교에선 서체 교육을 깊게 다루지 않아 생소한 분야였어. 그렇게 쭉 학교에 다니다 4학년이 되면 다들 진로 걱정을 하잖아. 근데 당시에 친구들이 내게 웹이나 폰트 한 번 해보라는 조언을 계속해 주는 거야. 내가 규칙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 내 성향이 그쪽 분야와 잘 맞을 것 같다는 거지. 근데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졸업 후 그래픽 에이전시에 들어가서 로고도 만들고 포스터도 만드는 일을 했는데, 높은 자유도가 나랑은 너무 안 맞는 거야. 일요일 저녁만 되면 다음 날 회사 갈 생각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무서운 감정까지 들었어. 스킬도 늘지 않는 것 같고, 내 작업물에 대한 자신도 없어져서 힘든 마음이 오래 갔어. 아, 내가 구체적으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단순하게 진로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를 위한 쉼을 가졌어. 자아 성찰의 시간이랄까.

 

1년 동안 다양한 경험치를 쌓으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하던 중에 친구가 또 넌 아무래도 타입을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다는 거야. 그럼 노는 김에 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찾아보니 클래스101에 폰트 수업이 있더라고. 인터넷으로 열심히 들었고, 오프라인 소모임으로 레터링을 해보기도 했어. 이거 나랑 맞다는 감이 왔고, 그제야 부랴부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첫 번째 폰트 회사에 입사하게 되며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어.

 

정은: 이전 회사는 몇 년이나 다녔지?

 

채림: 3년 정도.

 

미래: 그때 만들었던 폰트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폰트는 뭐야?

 

채림: 아직 공개가 안 됐는데.

 

정은: 공개된 것 중에서만!

 

채림: 맘모스빵체. 내가 처음으로 만든 폰트거든. 퀄리티를 떠나 너무 고생하면서 만들었던 거라 가장 애정이 가는 첫아기 같은 느낌이야.

 

 

맘모스빵
210 맘모스빵

 

 

지원: 근데 산돌구름에서 그 회사 인기폰트 보면 채림님이 작업한 게 상위에 많아!

 

정은: 맘모스빵이랑 또 뭐 있어?

 

채림: 공개된 건 칸타빌레, 시티뷰.

 

정은: 아까 맘모스빵체 얘기하면서 ‘퀄리티를 떠나’라고 말했는데, 그게 첫 폰트였다면 그로부터 3년은 지난 거잖아. 그때보다 폰트를 다루는 스킬도 좋아지고 형태를 보는 안목도 높아졌을 텐데, 지금 와서 맘모스체를 다시 보면 어때? 난 입사하고 처음 만들었던 폰트가 아이돌 가수의 손글씨 폰트였는데, 가끔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진짜 못 봐주겠거든!

 

채림: 당연히 부끄럽지. 크기감이 왜 저리 들쑥날쑥하지, 맘에 안 들어서 혼자 수정을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아니다, 일이 커진다. 이 느낌을 잘 간직해서 다음 신서체를 잘 만들어야겠다 다짐해.

 

정은: 원래 타입나누기는 폰코에 출시되는 신서체 중 ‘볼드 콜렉션(바로가기)’에 업로드되는 서체를 대상으로 진행했었어. 모바일 폰트 기반의 말랑말랑하고 팬시한 폰트들은 ‘톡톡 콜렉션’으로 분리를 했었는데, 작년 가을부터 톡톡 콜렉션 폰트들이 볼드 콜렉션으로 포함되었지. 스티키볼펜똥은 원래 산돌베이키 모바일폰트로 먼저 기획되었던 폰트야. 의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줄래?

 

채림: 모바일 폰트 시장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손글씨가 주류를 이루는데, 나는 오히려 단정한 필기감을 보여주고 싶었어. 뼈대는 정갈하게 잡되, 너무 딱딱하지 않게 위트를 주고 싶었지. 그래서 생각한 요소가 볼펜에서 흔히 발생하는 잉크 뭉침, 즉 볼펜똥이었어.

 

 

타입나누기 스티키볼펜똥

 

 

정은: 내 기억에 폰트 시안은 완성도가 높은 방향으로 조금씩 꾸준히 수정되었지만, 처음부터 ‘볼펜똥’이라는 콘셉트는 명확했어. 볼펜똥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건지, 볼펜똥을 디자인 요소로 가진 폰트를 언젠가 해야지 염두에 두고 있었나 궁금했어. 아까 말한 단정한 느낌의 폰트는 굳이 볼펜똥 요소를 넣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

 

채림: 아무리 단정한 느낌의 폰트라 하더라도 모바일 폰트로서 포인트가 있어야 구매자들 눈에 더 띄지 않을까란 생각이 우선 들었고, 마침 주변에 필기구가 있어서 필기구 느낌이 가미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야. 그때 주변에 있던 필기구가 네임펜이랑 볼펜이야. 그 재질을 반영해서 네임펜 시안이랑 볼펜똥 시안 두 개를 준비했었는데, 네임펜은 둥글둥글한 느낌이 강해서 특징이 도드라지지 않더라고.

 

미래: 그러니까 볼펜똥 요소를 먼저 생각했던 건 아니고, 단정한 느낌의 폰트에 포인트 요소로서 볼펜똥을 생각하게 되었단 거지?

 

채림: 맞아. 처음 시안엔 요소를 소극적으로 담았었는데, 시안을 발전시키면서 좀 더 도드라지게 반영하려고 했고, 글자의 모양도 작은 크기로 썼을 때 오독의 여지가 없는 방향으로 계속 수정이 됐어. 예를 들어 첫 시안의 ‘ㅍ’ 모양과 최종 시안의 ‘ㅍ’이 달라. 시안 작업 때는 이러한 ‘ㅍ’의 모양이 개성의 요소라 생각했는데, 작아졌을 때 ‘ㅁ’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돼서 현재의 형태로 바꾸게 되었어.

 

 

타입나누기 스티키볼펜똥 시안
타입나누기 스티키볼펜똥 획 표현

 

 

지원: 첫 시안과 발전 과정을 쭉 훑어보니 똥도 커지고 획 대비가 커져서 좀 컨셉이 도드라지는 것 같아.

 

미래: 나는 사실 ‘볼펜똥’이라는 컨셉이 처음부터 있는지는 몰랐어. 내가 이 폰트를 봤을 때의 느낌은 초등학교 1, 2학년들이 쓰는 깍두기공책 있잖아. 거기에 이 글씨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어. 귀엽게 잘 만든 것 같아.

 

정은: ‘규칙’을 좋아하는 채림! 실제로 손글씨 많이 써?

 

채림: 아니… 사실 내가 악필까지는 아니지만 애기 글씨 같아서 손글씨 쓰는 걸 좋아하진 않아.

 

정은: 이 폰트 작업하면서는 안 써봤어? 진짜 볼펜으로 써보면서 볼펜똥이 맺히는 지점과 모양을 탐구해 본다든지.

 

채림: 진짜 볼펜으로 써보긴 했지. 근데 스티키볼펜똥이 내 글씨보다 나아.

 

지원: 혹시 직접 구매해서 모바일에 적용해 놓았는지 궁금해.

 

채림: 그럼. 테스트용으로도 설치해서 여러 번 감을 봤어. 크기감이 괜찮은지, 굵기는 적당한지.

 

 

타입나누기 스티키볼펜똥 모바일 적용 이미지
스티키볼펜똥 실제 모바일 적용 이미지

 

미래: 현재 산돌베이키에서 판매 중인데, 주변 친구들에게 많이 자랑했어?

 

채림: 자랑했지!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리고.

 

지원: 채림 친구들 휴대폰은 볼펜똥 잔치?

 

채림: 다음에 만나면 불시에 검사 한번 해봐야겠어!

 

 

 

정은: 이 폰트는 처음부터 볼펜똥이 콘셉트였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볼펜똥’이라고 부르다가 출시될 때는 버젓한 이름이 있어야 하니 그제야 폰트명을 고민하기 시작했었어. 이름에 대한 고민과 후보군에 있던 이름들이 궁금해.

 

채림: 요즘에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의성어나 의태어를 폰트명에 붙이는 것도 재밌는 것 같아서 후보에 ‘으아아’, ‘으아아볼펜똥’ 같은 이름들도 생각해 봤는데, 볼펜똥이 아무래도 끈적끈적한 느낌이 있다 보니 정은 팀장님이 툭 던져준 ‘스티키볼펜똥’이란 이름이 이 폰트에 찰떡같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정은: 이 폰트를 작은 크기로 문장을 출력하고, 똥이 많이 나오는 볼펜으로 그 문장을 똑같이 필사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겠다! 글씨가 작아질수록 볼펜똥이 더 도드라질 테니 특징이 비교될 것 같은데.

 

미래: 이 폰트의 딩벳에 대한 얘기도 해줘. 탁상 달력이랑 스마일 같은 게 들어가 있는데, 다꾸에 최적화된 느낌이야.

 

채림: 이 폰트가 아이패드로 다꾸*하시는 분들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다꾸템에 대해 살펴보다 투두리스트(To-do list), 별, 펜, 스마일 등 다이어리에 자주 쓰이는 아이콘들을 폰트와 어우러지게 배치했어.

*다꾸 - ‘다이어리꾸미기’의 준말

 

 

타입나누기 스티키볼펜똥 히든딩벳

 

 

지원: 이게 문구잖아. 폰트명에부터 ‘볼펜’이 들어가 있으니까. 그래서 다음 문구 세트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해. 형광펜이나 네임펜? 이미 둥근펜, 각진펜, 수성펜은 나와 있거든.

 

정은: 양장점 펜바탕 같은?

 

채림: 일단 네임펜 컨셉으로 작업해 본 게 있긴 해. 근데 내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못해본 것 중에 왼손으로 쓴 것 같은 글씨가 있어.

 

미래: 요즘 트렌드인 안티-퍼펙트?

 

채림: 맞아. 그래서 다음에 뭔가를 하게 된다면 왼손으로 쓴 듯한 글씨를 해보고 싶어.

 

정은: 왼손으로 정성스럽게 쓴 거, 아니면 삐뚤빼뚤하게 쓴 거?

 

채림: 삐뚤빼뚤

 

정은: 통과될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웃음)

 

채림: 흠음…

 

지원: 근데, 대체 무슨 볼펜을 쓰길래 이렇게 볼펜똥이 많이 나올까 궁금했어!

 

채림: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볼펜들은 품질이 좋아서 똥이 잘 안 나와. 근데 언젠가 길거리에서 판촉용으로 나누어 주는 싸구려 볼펜을 받아서 편지를 쓰는데, 종이가 새카맣게 된 거야. 볼펜똥은 역시 싸구려 볼펜이지!

 

지원: 그렇다면 채림님의 최애 볼펜은?

 

채림: 사실 필기구에 돈을 안 쓰긴 하는데…

 

정은: 필기구에 돈을 안 쓰는 자의 최애 볼펜은?

 

채림: 제트스트림?!

 

정은: 나는 빠이롯뜨 쥬시업! 똥 안 뭉쳐. 아주 균일하게 나와.

 

채림: 나 방금 최애 바꿨어! 나도 쥬시업 할래!

 

정은: 특수문자 작업을 이전엔 거의 해보지 않았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처음으로 가나 문자나 키릴, 그릭* 등을 작업해 본 거지? 우리가 특수문자에 디자인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서 힘들진 않았어? 그리고 내부 검수도 허들이 높아 버겁진 않았는지.

 

채림: 사실 너무 재미있었어! 한글이랑 라틴은 꽤 해봤는데, 특히 일본어 영역은 처음이다 보니 새롭고 좀 어렵기도 했지만 신나게 작업했던 것 같아. 이전 회사에서는 속도가 중요했는데, 윤디자인에선 글자의 조형을 매우 섬세하게 검수하고, 특수문자도 디자인 적용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이게 과연 효율적일까 의구심이 들었었어. 하지만 검수 과정에서 5 unit의 차이만 있어도 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배우고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어. 아, 내가 갈 길이 멀구나!

 

*가나 문자나 키릴, 그릭

가나 문자 - 일본어 표기에 사용되는 문자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 키릴 문자 - 러시아어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어, 불가리아어 등 동유럽·슬라브권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 / 그릭 문자 - 그리스어 표기에 사용되는 문자로, 수학·과학 기호로도 익숙한 문자

 

 

타입나누기 스티키볼펜똥 가나문자 일본어
타입나누기 스티키볼펜똥 특수문자

스티키볼펜똥 KS특수문자 영역 가나 문자

 

 

미래: 스티키볼펜똥이 모바일 폰트에 이어 폰코에도 출시가 되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어느 분야에서 잘 사용되었으면 좋겠어?

 

채림: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정은: 놉. 내가 단호하게 얘기할게. 이 폰트는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 못 써!

 

모두: 왜??

 

정은: 우리 회사가 과거에 교과서 서체도 만들었고, 지금도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초등학생 손글씨 대회 수상작 폰트화 작업도 하고 있잖아. 초등학교 교과서에 들어가는 글씨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모양으로 쓰여 있어야 하거든. 예를 들어 갈래지읒* 형태 안돼. 2획의 꺾임지읒* 형태여야 하고, ‘ㅊ’, ‘ㅎ’의 꼭지는 눕혀 있어야만 해. 스티키볼펜똥은 ‘ㅊ’, ‘ㅎ’의 꼭지가 수직으로 세워져 있어서 교과서 표준에 맞지 않아.

*갈래지읒 - 줄기가 셋으로 갈라진 모양의 지읒 /  꺾임지읒 - 가로줄기와 삐침이 꺾여 이어진 모양의 지읒

 

모두: 아하!

 

정은: 교과서 탈락! 하지만 유아나 초등학생들이 보는 동화책이나 참고서 등엔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겠지?

 

모두: 신기하다.

 

 

 

정은: 올해의 첫 ‘타입나누기’인데, 폰트디자이너로 채림의 2026년 다짐과 의지가 뭘까?

 

채림: 월간 레터링을 목표로 삼았어. 거창한 작업이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글자씩 꾸준히 레터링 해보며 나 스스로 글자에 대한 형태감을 보완해야 나가야겠다고 다짐했어. 4년 정도 묵혀준 SNS 계정이 하나 있는데, 그걸 잘 활용해 볼까 해.

 

정은: 요즘 채림에게 자극을 주는, 혹은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나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면?

 

채림: 그래픽 디자이너 새러데이(@work.all.sat). 실제로는 모르는 분이지만 인스타로 요즘 그 분 계정을 자주 보고 있어. 작업물을 꾸준히 올리는데,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감이 많아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

 

미래: 주말에는 보통 뭘 하며 시간을 보내?

 

채림: 운동!

 

지원: 오… 이해 안 된다. 운동을 엄청 오래 하는 것 같던데.

 

채림: 이상하게 별로 피곤하지 않아. 너무 피곤하면 1시간 정도만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일단 유산소 30분 이상 하고, 기구 운동 몇 개 하면 1시간은 훌쩍 넘어가. 운동하는 것 말고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혼자 백화점 구경하기야.

 

정은: 윤디자인 합격 소식도 백화점에서 들었다고 하지 않았어?

 

채림: 맞아! 당시에 마음이 너무 심란해서 백화점이나 한번 가야겠다 싶어 혼자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합격 전화 받고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렀어!

 

지원: 뭐 안 샀어? 너무 기분 좋아서 나 같으면 뭐라도 충동구매 했을 것 같은데!

 

채림: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서 디저트 조금 사서 집으로 갔었던 것 같아.

 

미래: 와. 소소하다.

 

정은: 이제 주말에 운동하고, 백화점 가고, 레터링도 해야겠네! 앞서 다음에는 왼손으로 쓴 글씨 같은 폰트를 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내 생각에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 같거든. 혹시 그거 말고 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어?

 

채림: 말로 뱉고 나면 꼭 해야 할 것만 같아 굉장히 책임감이 느껴지지만… 언젠가 명조꼴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고, 강렬한 디스플레이 서체도 해보고 싶어.

 

미래: 최근 몇 년간 가장 인상적이었던 폰트는 뭐였어?

 

채림:  요즈음은 아니지만 산돌의 ‘거복체’ 어찌보면 단순하고 밋밋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정이 가고 복고스러운 느낌이야. 자꾸 눈이 가는 폰트랄까.

 

 

 

정은: 폰트랑 상관없이 내 취향을 드러내는 것,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 3가지만 꼽아줄래?

 

채림: 우선 첫번째로는 향수야. 내가 러쉬(Lush) 제품을 참 좋아해서 향수로 러쉬만 써. 우디한 계열을 좋아해서 몇 개를 레이어링 하는 걸 좋아해. 향수도 사용기한이 있기 때문에 늘 5개 정도에서 더 넘지 않게 유지하며 사용하고 있어.

 

지원: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향은?

 

채림: 러쉬 탱크배틀. 물에 젖은 흙냄새랄까? 호불호가 심해서 조금씩 섞어 쓰고 있어.

두 번째는 빵! 내 지인들은 내가 빵 좋아하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나는 평생 밥 안 먹고 디저트만 먹어도 살 수 있는 디저트 러버야. 

 

미래: 요즘 꽂힌 디저트는 뭐야?

 

채림: 디저트란 게 시즌마다 유행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고르기 어렵지만, 요즘은 케이크. 카페에서 만드는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도 좋지만 요즘 이상하게 공장에서 나오는 치즈케이크에 꽂혀서 열심히 먹고 있어.

 

정은: 채림은 향기롭고, 달달하고, 마지막은?

 

채림: 마지막은 신발! 신발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반스(Vans) 신발이 많아. 개인적으로 밑창이 말랑한 신발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반스는 밑창이 납작해 착화감이 편하거든. 컬러 베리에이션이 다양해서 옷차림에 포인트로 활용하기에도 좋아. 회사에 자주 신고 오는 체커보드 반스는 벌써 네 번째로 새로 장만한 애장템이야.

 

정은: 향수, 디저트, 신발! 채림을 설명할 수 있는 세 가지.

 

미래: 첫 타입나누기인데 다음 타입나누기 주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채림: 예상 질문이 의미가 없다! 무슨 볼펜을 가장 좋아하는지 물을 줄이야… 다음 인터뷰 주자에게 "너무 긴장하지 말고, 수다 떨듯 편하게 즐기라"고 전해주고 싶어. 그리고 이런 자리를 통해 내 작업을 다시 돌아보고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어. 스티키볼펜똥이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기록에 쓰이면 좋을 것 같아. 

 

 

타입나누기 스티키볼펜똥 끝

 

 

 

Yoon 스티키볼펜똥 | FONCO

Yoon 스티키볼펜똥 | 스티키볼펜똥은 또박또박 눌러 쓴 단정한 필기체 구조 위에, 볼펜 잉크가 뭉친 듯한 표현을 한 서체입니다. 정제된 형태 속에서도 잔잔한 잉크의 질감이 살아 있어 안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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