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훈

'임재훈' 검색결과 (32건)

시(詩)가 있는 민박, 지리산 둘레길 ‘창원마을’로 떠나보자

지리산이 버티고 선 경상남도 함양에, 시(詩) 잘 쓰는 형이 살고 있습니다. 대학교 때 한 학년 선배였던 형으로서, 졸업 후 도시에서 얼마간 회사 생활(출판사)을 하다가, 무슨 계기였는지 어느 날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 함양으로 아주 내려가버린 인물입니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한 번쯤은 지나가게 되는 창원마을이라는 곳에, 이 형의 집이 놓여 있습니다. 여행객들이 이따금 묵어가는 민박집이기도 해서, 저 역시 나그네 흉내를 내며 종종 놀러 가곤 합니다. 그래봤자 일 년에 한두 번 겨우 다녀오는 식이지요. 그런데 그 한두 번이, 나머지 364일쯤을 (도시에서) 살아내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줍니다. 나만의 보물 장소를 남들에게 공개해버리는 것 같아 저어되기도 합니다만, 많은 사람이 ..

타입 디렉터스 클럽이 선정한 2014 올해의 디자이너 '데이비드 벌로우'

매년 타입 디렉터스 클럽(The Type Directors Club, TDC)에서는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크게 공헌한 개인 혹은 기관·단체에 특별한 ‘메달(TDC Medal)’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2014년의 주인공은 미국 출신 타입 디자이너 데이비드 벌로우(David Berlow)인데요. 1978년 메르겐탈러 라이노타입(The Mergenthaler Linotype Company)의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 1982년부터 7년간 비트스트림(Bitstream)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1989년에는 비트스트림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독립하여 ‘폰트 뷰로우(The Font Bureau)’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 , , , 등 다양한 인쇄 매체들에 관여했던 아트 디렉터 로..

디자인 본질에 대한 돌직구,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내부자나 관계자보다 제삼자의 시각이 요긴할 때가 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던가요. 무언가를 기획하거나 창작하는 일을 하다 보면, 시나브로 ‘나’와 ‘우리’의 틀에 갇혀 맥락을 놓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나’나 ‘우리’의 일(업무)과 무관한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죠. 그래서 어느 소설가는 원고를 탈고한 뒤, 출판사 편집자가 아니라 아내에게 먼저 검수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아내가 “OK” 하고 나서야 편집자에게 최종 원고를 넘긴다는 것이죠. 그 소설가의 아내는 꽤나 공사 분명한 성격이라, 남편의 원고를 ‘아내’로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자’로서 철저히 검토해준다더군요. 기획자가 기획하고, 창작자가 창작한 결과물들은 결국 ‘수용자’를 위한 것입니다. 수용자는 기획자나 창작자와 이해관..

현실이 된 공상, 우리 일상에 펼쳐지는 SF영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고전 는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원시시대의 유인원이 손에 들고 있던 뼈다귀를 머리 위로 던지고, 그것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던 화면은 곧바로 다음 컷에서 광활한 우주 위를 상공하는 비행선을 비춥니다. 뼛조각으로부터 우주선까지, 인류 도구(기술)의 발전을 이토록 명징하게 정리하다니요. 요샛말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되겠습니다. 도구를 사용하고 발달시키려는 욕구는 인류의 습성입니다. 유인원의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간들은 끊임없이 '뼈다귀'를 휘두르고 세련 해왔지요. 영화 제작에 쓰이는 CGI(Computer-generated imagery)라는 기술 역시 그러한 '뼈다귀'에 해당할 것입니다. 실사인지 모조인지 헷갈릴 만큼, 현재의 CGI..

활자체가 아닌 ‘소통’에 대한 이야기 영화 <헬베티카>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활자 상자(type case)입니다. 빼곡히 들어찬 금속활자들 틈에서, 필요한 활자들만을 쏙쏙 뽑아내는 누군가의 노련한 손도 보입니다. 지금 이곳은 활판인쇄소 내부인가 봅니다. 손가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카맣게 묻은 얼룩 때문인지 자잘한 주름들이 빗금처럼 선명해 보입니다. 손은 부지런히 활자를 골라내어 다른 쪽 손에 들린 문선상자(galley box)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H, e, l, v, e, t, i, c, a. 한 개의 대문자(upper case)와 여덟 개의 소문자(lower case)를 조판하여 ‘Helvetica’라는 글자(letter)를 이룹니다. 손의 주인공은 어느 나이 든 남성입니다. 활판인쇄소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문선..

SF 영화의 디테일 담당, UI 디자이너들 엿보기

SF는 영화 장르 중 하나입니다. 과학과 픽션이 만나 ‘SF(Science Fiction)’가 되죠. ‘공상과학영화’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과학은 반드시 ‘과학적’인 것은 아니며, 그보다는 공상(空相,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려봄. 또는 그런 생각)에 가깝습니다. 과학 자체가 픽션의 영역, 즉 스토리텔링의 요소로 구분되는 것이죠. 이러한 ‘공상적 과학’이 요즘 SF 영화들에서는 퍽 현실감 넘치게 그려지고 있는데요. 단순히 CGI(Computer-Generated Imagery) 기술에 의한 시각적 생생함―가짜(unreal)를 진짜(real)처럼 보이게 하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SF 영화들은 말 그대로 ‘진짜’를 설계해내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UI(User 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