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7.

‘현실적’ 디자이너를 위한 추천 도서 세 권!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고,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는 곳은 현실입니다. 따라서 현실의 디자이너가 하는 디자인은 ‘현실적’인 것이지요. 현실적 문제들과 현실적 보상과 현실적 결과물로 이루어진 작업을 한다면, ‘현실적 디자이너’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창의력(creativity)이나 영감(inspiration)과 같은 내적 요소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련 법과 제도 등에 대해서도 알아두는 편이 유리할 것입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 현업 종사자인 디자이너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책 세 권을 모아봤습니다. 디자인과 사회, 사회와 디자인이라는 관계 맺기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이해와 사고력을 함양시켜보는 차원에서 말입니다. 




<사회를 위한 디자인>

저자: 나이젤 화이틀리

옮김: 김상규

출판사: 홍디자인

출간일: 2004. 8. 14 초판 1쇄 / 2014. 5. 20 제2판 2쇄



디자이너와 디자인의 윤리적 책무를 다룬 책들은 많지요. 그중에서 가장 널리 읽힌 서적은 아마도 빅터 파파넥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일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디자인 전문서를 쓴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책으로서, 디자인이란 기본적으로 인간을 위해 행해지는 작업이라는 본질을 파고듭니다. 


나이젤 화이틀리의 <사회를 위한 디자인>에서는 그 본질에 대한 논의를 생태학과 페미니즘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확장시켜갑니다. ‘녹색 소비자’와 ‘녹색 자본주의자들’을 성찰한 대목이나, 페미니스트들의 (퍽 일리 있는) 디자인 비판론을 소개하는 부분은 곱씹어 읽을 만합니다. “디자인을 보다 인간적이고 정신적인 관심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빅터 파파넥의 추천사를 신뢰해도 좋을 것 같네요. 





<디자인 전쟁>

저자: 김종균

출판사: 홍시

출간일: 2013. 3. 5 초판 1쇄 / 2014 3. 10 개정판



‘디자인 지재권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최소한의 지식과 노하우’라는 부제가 이 책을 소개하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 될 것입니다. 지재권(지적재산권)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난해한 법조항을 하나하나 정독해가며 학습하는 일이란 여간 부담이 아닐 테니 말입니다. 특히 디자인에 관해서라면 이야기가 좀 더 깊어집니다. 


책 속 저자는 “저작권은 참 어렵다. 재판해서 시비를 가려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고,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썩 개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하고 있지요. 그렇다고는 해도, 법 전문가가 아닌 이상 지재권을 그나마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판례를 살펴보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그것을 돕고 있습니다. 특허, 실용신안, 무료 저작권, 디자인출원, 상표출원, 디자인 침해소송 등과 관련한 다양한 국내외 사례들을 통해 디자인 결과물을 둘러싼 법적인 속사정을 친절히 설명해주기 때문이지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듯합니다. 





<디자인은 독인가 약인가>

• 저자: 권명광·권혜숙·김현석·김현선·문찬·박남희·박완선·박현택·방경란·원명진·유부미·이수진·장동련

엮음: 리코드(ricord)

출판사: 두성북스

출간일: 2014. 3. 5 초판 1쇄



디자인이 ‘독인가, 약인가’를 따지려드는 게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려는 책입니다. 열세 명의 저자들은 모두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보고 듣고 느끼고 사유한 이슈들을 저마다의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때로 그것은 강력한 주장이기도 하고, 핀잔이기도 하며, 독설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대한민국 디자인 현장에 어떤 메카니즘과 희망과 또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는지 대략으로나마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저자들의 글에 동의하거나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텐데, 아마도 이 책이 의도하는 바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 관심을 갖고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지속적으로 바라보는(see) 것이야말로, 무엇인가를 잘 알게 되는(see) 첫걸음 아닐까요? <디자인은 독인가, 약인가>라는 ‘돌직구’ 제목에서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희구하는 저자들의 간절함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 모든 책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