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7.

4가지 색으로 표현하는, ‘머리정체2 Special’ 제작 후기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은 ‘머리정체2 Basic’에 이어 많은 분이 기다리셨으리라 생각하는 ‘머리정체2 Special’ 제작후기를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머리정체2 Special’은 네 가지의 스타일(카카오, 네이비, 올리브, 바이올렛)로 이루어져 있고, 총 세 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제작자가 직접 각자의 서체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머리정체2 Special의 기획의도와 네이밍


우선 ‘머리정체2 Special’의 기획의도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 드리면, 다양한 헤드라인 서체의 라인 구축을 위한 패밀리군의 확장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 여기서 네이밍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짝 들려드리자면 스페셜군의 서체 명이 컬러별로 되어있는데, 처음에는 굵기별로 넘버링 되어 Special 1, 2, 3, 4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숫자로 되어 있는 서체명이 작업자들은 익숙했지만, 사내 리뷰(신서체 출시 전 사내 발표) 후 ‘서체와 네이밍이 잘 인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출시에 임박해 디자인팀에서는 더 매력적인 이름이 없을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부 회의 후 ‘컬러’라는 콘셉트가 정해졌고, 각각 서체의 분위기에 맞는 컬러를 최종 네이밍으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밍 선정조차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는 것, 모르셨죠?




제작자가 직접 들려주는 ‘머리정체2 Special’ 이야기


‘머리정체2 Special’ 중 가장 가는 서체는 ‘바이올렛’이고, ‘카카오’와 ‘올리브’는 비슷한 굵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의 서체는 가로 세로의 획 대비 차이가 큰 것이 특징이며, 이중 ‘카카오’와 ‘바이올렛’은 ‘트렌디한 세리프 스타일’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네이비’는 스페셜 중 가장 굵은 서체로, 가로, 세로획 대비 차가 거의 없는 아주 볼드한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가로, 세로획의 큰 대비 차이나 아주 굵은 굵기는 어디에서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머리정체2 Special’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각 제작자가 들려주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볼까요?

 


1. 진한 획 대비가 돋보이는, ‘카카오’

안녕하세요. ‘카카오’의 디자이너 최영서입니다. 카카오는 직선적인 획 대비로 진한 느낌의 초콜릿 컬러를 연상시켜 ‘카카오’라는 서체 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울리죠? 


‘카카오’는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서체보다도 굵기가 굵었을 뿐만 아니라 가로획과 세로획의 대비가 커서, 각 글자 간의 굵기와 크기 감이 비슷해 보이도록 하는 ‘시각보정 작업’이 일반적인 서체와는 달랐답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획이 많은 ‘롤’의 경우 같은 굵기를 가질 시 다른 글자보다도 굵어 보여 굵기를 가늘게 해주는데요. 보통 ‘-5’ 정도의 굵기를 빼줬다면 카카오는 2배 이상을 빼줬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서체 개발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이런 작업의 규칙이 생기게 되는데, 이번 작업은 그 규칙을 새로이 만들어야 했던 상황이라 처음 서체를 만들었을 때처럼 흥미롭고 신 나는 작업이었습니다.

머리정체2 Special 카카오


‘카카오’는 세련된 세리프의 서체로 직선적인 느낌과 ‘ㅅ’, ‘ㅈ’ 등에서 느껴지는 곡선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세련되면서 감성적인 서체입니다. 작업하면서 ‘ㅅ’, ’ㅈ’ 등의 형태가 귀여운 쭈꾸미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보이나요? 이런 자소의 형태 때문에 친근하면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카카오’의 두 가지 시안



한글만큼 영문, 숫자, 기호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여러 가지 시안을 거쳐 완성한 최종 2가지 버전의 시안 중에서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두 버전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Ver_1’은 가독성을 고려하여 ‘C’, ‘c’, ‘e’와 같은 자소를 닫힌 공간으로 디자인하였고, ‘Ver_2’는 한글의 직선적이고 깔끔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C’, ‘c’, ‘e’ 등을 직선의 열린 공간으로 디자인하였습니다. 한글과의 어울림에서는 두 가지 버전 모두 만족도를 충족시키고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가독성 측면에서 ‘Ver_1’을 선택했습니다.

완성한 ‘카카오의 모습입니다. ‘카카오’는 참 재미있었던 작업이어서 그런지 많은 애착이 가는 서체예요. 여러 분야에서 예쁜 모습으로 많이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상으로 ‘카카오’ 제작 후기였습니다.




2.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 ‘네이비’


안녕하세요. 머리정체2 Special ‘네이비’와 ‘올리브’의 제작자 김재의입니다. 서체 디자인을 시작한지도 어언 5년째로 접어들었는데요, 스케줄에 쫓기며 작업하느라 지쳐 있었던 찰나, 서체 디자이너로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신서체 작업을 진행하게 되어 매우 뜻깊었어요. 시안부터 모든 과정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즐겁게 작업하면서 애착이 더 커졌지요. 물론 힘든 일도 분명히 있었지만, 마무리 짓고 보니 제 이름을 건 작업물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더 큰 의미가 있네요. (선배님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요^^)

머리정체2 Special 네이비



‘네이비’는 딱 봤을 때 ‘굵은 서체다!’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데요, ‘네이비’의 묵직하고 밀도 있는 성격이 컬러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나요? 그것이 ‘네이비’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네이비’가 가진 굵기감 때문에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는데요, 서체디자인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가독성과 판독성(눈에 편하게 읽히는가? 인식이 가능한가?)입니다. 예를 들어, 획이 많은 글자 ‘를’과 단순한 획을 가진 글자 ’미’의 획 굵기 수치는 동일하지 않아요. 각각의 글자마다 미세한 굵기 변화를 주되 전체적인 톤은 일정해 보일 수 있도록 고안하여, 비례와 공간의 균형을 최적으로 맞추는 작업을 수도 없이 진행하였어요.^^


‘네이비’가 가지는 또 다른 특징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성이 높도록 설계한 것인데요. 군더더기는 없앴지만, 획이 꺾이는 글자(인쇄 시 뭉쳐 보이는) ‘ㄷ’, ‘ㅂ’, ‘ㅃ’에 홈(잉크트랩)을 파주어 디지털 스크린이나 인쇄물에서 뭉치거나 왜곡 없이 높은 가독성을 주도록 설계하였어요. 이 부분 또한 ‘네이비’의 특징 중 하나랍니다. 


▶ 전화번호부 속 작은 글자를 선명하게, 잉크트랩 (바로 가기)


영문 작업 시 진행했던 시안 B와 확정안



영문 또한 한글과의 조화를 고려하며 작업을 하였습니다. 굵은 것을 보완하기 위해 소문자의 X-높이(X-height)를 전체적으로 높게 설정하여 시원한 공간분배를 하였는데요, 위에 보시는 이미지는 영문 시안작업 당시 나왔던 여러 가지 시안 중 일부입니다. 체크한 부분만 보더라도 지금의 확정안과는 차이 나는 형태들이죠? 최대한 불필요한 획은 없애면서도, 기울기가 반영된 획의 방향성으로 모던한 형태를 보이도록 작업하였어요. 소문자 ‘m’, ‘n’, ‘h’의 상단 획의 기울기를 보시면 특징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3. 몽글몽글 부드러운 느낌이 귀여운 ‘올리브’

머리정체2 Special 올리브



다음은 제가 두 번째로 작업한 몽글몽글 부드러운 느낌이 녹아있는 ‘올리브’입니다. ‘올리브’는 옛간판 서체의 복고적인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디자인하였고, 가로세로의 극단적인 획 대비를 가지고 있는 서체랍니다. 


우아한 곡선이 특징인 속공간



‘ㅇ’, ‘ㅁ’ 속공간의 우아한 곡선이 특징이고,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성이 높도록 개성 있게 설계된 제목용 서체입니다. 종성 ‘ㄴ’과 ‘ㅎ’의 상투를 손으로 쓴 듯한 유연한 형태로 감성적인 표현을 한 것이 ‘올리브’의 특징이에요. 


머리정체2 Special 올리브의 영문체



영문 또한 한글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부드러운 곡선 표현이 우아한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이나 제목용으로 사용할 때 개성 있는 글꼴의 형태를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굵기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문자의 X-높이(X-height)를 전체적으로 높여주어 세련된 인상을 주도록 디자인하였고, 한글과 마찬가지로, 획의 마무리 부분을 굴림 형태로 하여 부드러운 성격을 가지도록 하였습니다. ^^


인턴 시절 누군가 “내 서체가 완성되고 사용되는 걸 보면 마치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에이~ 뭐 그렇겠어.’라며 실감을 못 했어요. 근데 막상 기나긴 작업 끝에 나온 결과물을 보면 정말 내가 낳은 자식(?)처럼 애정이 갑니다. 디자인팀에서는 머리정체를 줄여서 ‘머정이’라고 불렀었는데요. 우리 ‘머정이’가 많은 분에게 사랑받길 바라며, ‘네이비’와 ‘올리브’의 제작 후기를 이만 줄이겠습니다.

 



4. 영문 세리프를 적용시켜 고혹적인, ‘바이올렛’


안녕하세요. ‘바이올렛’ 작업자 왕은정입니다. 디자이너로서 매번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그 욕구를 해소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이번 ‘바이올렛’ 작업은 제게 그 욕구가 충족되는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특징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매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리하여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쉽지 않거든요. ^^



머리정체2 Special 초안(좌)과 확정안(우)



‘바이올렛’의 초안과 확정안의 모습입니다. 무엇이 변화했는지 보이시나요? 머리정체2 Special 서체 중에 가로획이 가장 가늘어 화면검수와 프린트 테스트가 많이 이루어졌는데요, 이를 통해 ‘ㄱ’, ‘ㅅ’, ‘ㅈ’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느낌은 굵기를 더 주고, ‘ㄸ’과 ‘용’의 초성과 중성을 붙여 심플하게 정리함으로써 시선의 흐름을 편하게 하였습니다. 초안에서는 가로계열 민글자에 ‘하’를 보시면 중성에도 세리프가 있었는데요, 문장에서 다른 글자들과의 조화를 위해 과감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영문 세리프를 한글에 접목시킨 ‘바이올렛’



‘바이올렛’은 영문 스타일의 세리프를 한글에 접목한 독특하고 새로운 스타일의 서체입니다.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도 들면서 서체 이름과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요? 머리정체2 Special 서체 중에서 장식적인 요소가 가미된 서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답게 특수문자에도 장식적인 요소를 많이 부여했습니다. 

 

‘바이올렛’은 영문의 ‘C’, ‘O’, ‘D’ 등에서 Square 스타일로 좀 더 모던하고 단단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하였으며, X-높이(X-height)가 높고 시원한 속공간 설계로 한글과의 어울림을 표현했습니다. Old style의 영문을 현대적으로 가져오면서 직선과 곡선을 최대한 담백하게 담아내어 클래식한 느낌도 동시에 엿보실 수 있답니다.



자 이제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머리정체2를 쓰실 준비가 되셨겠죠? 글씨는 보는 것보다 사용하는 것이 더~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 각자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머리정체2! 많은 곳에서 만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