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he T> 디자인 스토리② 에릭 슈피커만에서 지금 우리의 디자인 교육까지


Type&Typography Magazine <The T> Cover Design, Design by Kim Kunho



오랜만에 리뷰를 써보는 것 같습니다. 매거진 작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3개월이 흘러, 이제는 첫 창간호를 출간한 타입&타이포그래피 전문 매거진 <The T>의 디자인 작업 리뷰를 쓰고 있네요. 작년 연말이었나요? 타이포그래피 매거진 발행이라는 뜻을 품고 저희 ‘타이포그래피 서울’ 팀은 4월 1일(월) 출간까지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창간호이기 때문에 작업 프로세스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거진을 기다리는 독자에게 더 좋은 책을 선물해드리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갔던 것 같아요. 


타입&타이포그래피 매거진 <The T>는 ‘이 모든 타이포그래피적 순간들’이라는 창간호 이슈를 가지고 타입(Type)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더불어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가며 ‘지금 이 순간까지’를 대변하듯 하나의 내러티브(Narrative)한 책이 되길 원했지요. 그중 제가 맡은 꼭지는 레터링으로 만들어진 제호 디자인과 인터뷰 꼭지인 타입디렉터 에릭 슈피커만, 에듀케이션 꼭지의 국민대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KMUVCD)의 디자인 교육이랍니다.


<The T> 작업은 디자이너인 제게 또 다른 디자인적 통찰력을 선물해준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이제 <The T>는 저희의 손을 떠나 온라인과 홍대 인근 서점, 상수동에 위치한 윤디자인빌딩 1층 세미나룸에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지금부터 '에릭 슈피커만에서 지금 우리의 디자인 교육까지' 작업 이야기를 공개해 드립니다. 함께 보실래요? 두근두근.



제호 레터링 작업


<The T> Title design, Design by Kim Kunho



매거진 <The T>의 제호 디자인 작업은 시안부터 많은 단계를 거쳐 선정됐어요. 세리프의 조형성을 띄는 전통적 타입스타일부터 세련된 산세리프체까지.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부터 현재의 디자인까지 모두 보여주고 싶은 <The T>의 제호 디자인은 조금 더 역동적인 조형 스타일을 지향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이어 진행된 레터링 작업을 통해 가로획과 세로획 굵기를 단계별로 작업하며 공간 사이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평소 타이포그래피 작업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개인 작업을 통해 꾸준히 레터링 작업을 하곤 했는데요, 막상 제가 작업한 제호 디자인이 세상에 나간다니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제호를 다듬는 작업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답니다. 예쁘게 봐주실 거죠? 하하.



inspiraTion ‘interview’, 에릭 슈피커만



inspiraTion interview, Erik Spiekermann, Design by Kim Kunho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디지털 시대까지, 반세기를 걸쳐 세계 곳곳을 누비며 왕성하게 활동해온 에릭 슈피커만(Erik Spiekermann)현존하는 최고의 타입 디자이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간 많은 서적을 통해 만나봤지만 이렇게 작업자로 그를 만난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기획자를 통해 그의 작업 파일을 받았을 때의 전율이란…. 엄청난 열정이 느껴졌고, 요즘 한창 진행하는 레터프레스(Letterpress) 작업과 타입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옆에서 듣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뷰 꼭지의 디자인 컨셉은 시대적 배경 속에 그의 삶의 여정과 현재의 레터프레스를 연결시키는 것이었어요. 타입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최초의 작업, 그리고 베를린에서 보여준 공공 타입 디자인, 최근 레터프레스 작업까지. 이미지와 텍스트가 간결하면서도 잘 읽혀야 하기에 변형 그리드 안에서 흐름을 연결하는 박스에 텍스트를 가둬두었어요. 박스의 조형적 형태가 페이지 위아래로 연결되면서 시각적 펀(Fun) 요소를 끌어들일 수 있었고, 국문과 영문을 정확하게 분리할 수 있었어요. 더불어 타입 디자인&디자이너를 소개하는 페이지로써 매거진 안의 박스, 박스 안의 텍스트는 타입 그대로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했던 방법이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어려웠던 건 그가 보내준 이미지를 골라내는 작업이었죠. 모두 다 싣고 싶었거든요. 



Education, 국민대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KMUVCD)




Education, Kookmin University(KMUVDC), Design by Kim Kunho



<The T>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코너가 하나 있어요. 바로 현재의 디자인 교육을 이야기하는 에듀케이션 꼭지랍니다. 디자인 교육의 커리큘럼과 시스템 그리고 학생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는 페이지인데요, 기획 초부터 작업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꼈답니다. 이유인즉슨 국민대학교는 제게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 준 모교이기 때문이죠. 책에서 소개하는 이지원 교수님은 책이나 세미나로만 만나 뵈었지만, 성재혁 교수님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은 한 학기를 직접 들었기에 작업 중 디자인 교육에 관해 격하게 공감하기도 했고, 한창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던 제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답니다.


페이지 구성은 작년 11월 개최됐던 국민대학교 조형전(IM)의 포스터로 시작했어요. 그래픽 사무소 밈의 김의래 디자이너가 작업한 이 포스터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랍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도 있으실 텐데요, <The T> 매거진의 각 꼭지 도입 부분은 텍스트 박스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IM>전 포스터 상단에서 박스 안에 가둔 텍스트와도 매치가 되는데요, 작업 포인트는 각 교수님의 수업 커리큘럼을 이야기하고 그 커리큘럼으로 제작된 학생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었죠. 


많은 학생의 작품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지만 대학교 학부 1, 2학년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고민이 녹아 있었답니다. 잠시 사회생활에 지쳐있던 제게 ‘정신 차리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도입부의 컬러를 베이스로 블랙과 언코트 버전의 별색을 사용했고, 반복되는 그리드 형태에서 단순하게 비뚤어진 변형을 사용함으로 통일성과 우연성, 의외성을 보여주려 했어요. 마지막은 두 교수님의 ‘대화, 혹은 수다’로 끝을 맺는데요, 이 부분은 현직 교수가 이야기하는 지금 우리의 디자인 교육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많은 독자들이 대학 교육에 관한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페이지라고 생각해요.


에듀케이션 작업을 마무리하며 다음에는 어떤 학교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독자들을 만날까 벌써 기대가 되네요. 그동안 작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저의 작은 노력이 이렇게 한 번에 많은 분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디자인 관련 매거진이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요즘,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매거진을 찾기는 쉽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의 타이포그래피적 순간들’을 담고 있는 <The T> 발간은 작업자인 제게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계간지로 발행되는 타입&타이포그래피 전문 매거진 <The T>, 지나친 관심 감사드리고요~ 7월에 발행되는 여름호도 기대해주세요!


이슈에 대한 부담감도 달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더 많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작업자 김건호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감사합니다.


모든 이미지 출처: The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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